리튬금속 배터리의 수명을 깎아 먹고 열폭주 화재를 일으키는 고질적 결함인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하고 1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고속충전 기술이 나왔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남순 교수팀과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 고려대 곽상규 교수팀은 공동연구로 리튬금속 배터리의 난제인 ‘계면 불안정성’을 전자 구조 수준에서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이 커 차세대 배터리로 기대받고 있지만, 충전할 때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자라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걸림돌이었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내부 분리막을 뚫고 들어가 화재를 유발하고 배터리 수명을 단축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해질에 첨가제 '티오펜(Thiophene)'을 넣었다. 티오펜은 황 원자를 포함한 오각형 고리의 유기 화합물로, 전극 표면에 지능형 보호막인 ‘고체 전해질 계면층(SEI)’을 형성한다.
이 보호막은 티오펜의 'π-공액(π-conjugated) 구조'로 인해 전자가 분자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리튬이온이 지나갈 때마다 보호막 내부 전하 분포를 유연하게 바꾼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이 막힘없이 통과하는 통로가 만들어져 특정 지점에만 리튬이 쌓이는 병목 현상을 막는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시뮬레이션으로 티오펜이 기존 첨가제보다 리튬 이온 이동을 돕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물리적 근거를 확인했다.
아울러 ‘원자간력현미경(AFM)’을 이용해 나노미터 수준에서 배터리 내부를 실시간 관찰한 결과, 높은 전류가 흐르는 조건에서도 리튬이 표면에 매끄럽고 균일하게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이 기술은 일반적인 연구 환경보다 2배 이상 높은 가혹한 조건인 8mA/cm² 이상 고전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했다.
이는 전기차의 급가속이나 고속주행 상황과 유사한 환경이다.
실험 결과 기존 배터리는 40회 정도 충·방전하면 수명이 급격히 줄었지만, 티오펜을 적용한 배터리는 100회 이상 반복해도 초기 용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 기술은 현재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등 다양한 양극 소재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아 초장거리 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처럼 큰 힘과 빠른 충전이 필요한 미래 교통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재를 단순히 개선한 수준을 넘어 전자구조 설계를 통해 배터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한 성과"라며 "고속 충전과 긴 수명을 동시에 잡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이정아·조윤한 연구원과 최 교수, 홍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성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인포맷(InfoMat)’에 게재됐다.
(논문명: Conjugation-mediated and polarity-switchable interfacial layers for fast cycling of lithium-metal batte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