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줄이기'… 생명연, 저메탄 벼 '감탄' 비밀 풀었다

[쿠키과학] '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줄이기'… 생명연, 저메탄 벼 '감탄' 비밀 풀었다

탄소를 뿌리 대신 벼알로 배분
뿌리 분비 유기산·당 감소로 메탄 생성 억제
질소비료 투입 줄여도 수확량 감소폭 낮춰

기사승인 2026-02-25 15:21:56
저메탄 벼 ‘감탄’의 유전자–미생물 상호작용 모식도.  gs3를 도입한 ‘감탄’ 벼는 뿌리 주변에 메탄을 만드는 ‘나쁜 균’의 밀도는 낮추고, 반대로 공기 중 질소를 비료 성분으로 바꿔주는 ‘질소고정균’과 메탄을 잡아먹는 ‘메탄산화균’의 밀도는 높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벼 유전자 하나를 바꿔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최대 24%까지 줄이는 핵심 원리를 찾아냈다.

벼를 재배할 때 논에 물을 채우면 흙 속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유기물을 분해해 메탄생성균이 활발해진다.

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질소 비료를 사용하면 메탄생성균을 자극해 메탄 배출량이 높아지는 데, 논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17%를 차지한다.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 박사팀은 농촌진흥청과 공동연구로 2023년 개발한 저메탄 벼 품종 '감탄'을 활용해 실제 농재베 현장과 비슷한 비료 사용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감탄은 영남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새일미' 품종에 낱알 크기와 모양을 결정하는 'gs3' 유전자 돌연변이를 전통 교배 방식으로 만든 품종이다. 

당시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되며 주목받았지만, 벼의 유전적 변이가 어떤 과정으로 토양 미생물을 조절하고 메탄 생성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세부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연구팀은 gs3 유전자 기능이 상실된 감탄 품종을 질소 비료를 적게 사용하는 조건에서 재배했을 때 일반 품종보다 출수기 이후 메탄 배출량이 최대 24%까지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일반 벼 품종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 에너지를 뿌리로 많이 보내 메탄생성균에게 먹이인 유기산과 당을 제공하는 반면 감탄은 탄소를 뿌리 대신 벼 낱알로 더 많이 보냈다.

때문에 뿌리 주변으로 분비되는 영양물질이 줄어들면서 이를 먹고 사는 메탄생성균 활동이 감소해 메탄 생성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또 연구팀은 질소 비료를 적게 투입해도 수확량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도 증명했다. 

질소 비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일반 벼는 수확량이 15~20% 줄었지만, 감탄 품종은 감소율이 7~10% 수준에 그치며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했다. 

이는 감탄 품종이 뿌리 근처로 메탄을 잡아먹는 메탄산화균과 공기 중 질소를 흡수해 영양분으로 바꾸는 질소고정균 같은 착한 미생물을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부족한 질소 성분을 생물학적으로 보충해 비료를 줄여도 쌀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식물 유전자가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유전자와 미생물, 온실가스 간 연결고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추가적인 농자재 투입 없이 유전적 특성과 저질소 재배 관리만으로 메탄을 감축할 수 있어 탄소중립 농업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 박사는 "이번 성과는 벼의 특정 유전자가 토양 속 미생물과 소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하고 질소 이용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라며 "쌀을 저탄소 품종으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일상 속 온실가스 저감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권영호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국제미생물생태학회지(ISME Journal)'에 게재됐다.
(논문명: Rice gs3 allele and low-nitrogen conditions enrich rhizosphere microbiota that mitigate methane emissions and promote beneficial crop traits)

류충민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