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간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 경영의 안정을 꾀해온 국내 제약사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실상 무력화되자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3차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보유분도 1년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사주를 쌓아두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주주가 회삿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인적분할 과정 등에 활용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던 ‘자사주 마법’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우호지분 확보 수단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확대, 자산 매각,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 회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겨 의결권 구도를 재편하는 방식은 흔하게 활용돼 왔다. 그러나 처분 권한이 주주총회로 넘어가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자사주를 별도의 의결권 없이 보유하다가, 경영권 분쟁 등 비상시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해 왔다. 소위 ‘백기사’를 활용한 방패막이 전략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자사주 마법’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너 경영 체제가 공고하고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중견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부 제약사들은 법안 시행 전 자사주의 의결권을 미리 살려두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광동제약, 대웅, 휴메딕스 등은 서로의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자사주 동맹’을 맺으며 우호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인제약, 동국제약, 진양제약, 경동제약 등 중견 제약사들 역시 4자 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신약 개발 등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장기 투자가 중요한 산업 특성상 경영권 불안은 치명적일 수 있다”라며 “경영권이 흔들리면 대규모 자금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