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AI가 찾은 연료전지 촉매 조합'… KAIST-서울대, AI로 수소차 '슈퍼 촉매' 설계

[쿠키과학] 'AI가 찾은 연료전지 촉매 조합'… KAIST-서울대, AI로 수소차 '슈퍼 촉매' 설계

고온 열처리, 원자이동·정렬 경향 머신러닝 예측
촉매 수명 연장·제조비 절감 전망
합성 실험서 산소환원반응 활성 향상·구조 안정성 확보
수소차·선박·에너지저장 적용 기대

기사승인 2026-02-26 09:58:39
인공지능 기반 원자 배열 예측 모식도. KAIST

KAIST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소차 심장인 연료전지 촉매 원자 배열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슈퍼 촉매를 개발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팀은 서울대 이원보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AI를 이용해 촉매 원자 배열 경향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복잡한 시행착오 없이 계산을 먼저 하고 실험으로 증명하는 새로운 소재 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다.

싸고 수명 짧은 백금 촉매 

수소차는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연료전지 가격이 비싸고 수명이 짧은 게 단점이다.

이런 단점의 가장 큰 원인은 전기를 만드는 백금 촉매다. 

수소 연료전지는 환원극에서 산소가 전자와 수소이온을 만나 물로 변환되는 산소환원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 반응 속도가 느려 비싼 백금을 많이 써야 한다. 

백금 촉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입자가 뭉치고 금속이 녹아 성능이 떨어진다.

백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백금-코발트 합금이 개발됐지만, 이는 장시간 구동 시 내구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 금속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금속간화합물 구조를 대안으로 나왔다.

금속간화합물은 일반 합금보다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다. 그러나 높은 원자 정렬도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고온 열처리 과정에서 촉매 입자가 또다시 뭉치는 한계가 있다.

AI로 촉매 최적 조합 예측

공동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반 양자화학 시뮬레이션으로 이 난제를 풀었다.

연구팀은 퍼즐을 맞추기 전 어떤 조합이 유리한지 미리 계산하듯, AI가 고온 열처리 과정에서 백금-코발트 촉매 내부 금속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배열하는지 원자 수준에서 먼저 분석하고 계산했다.

AI 계산 결과 소량의 아연이 백금-코발트 원자 인근에 존재할 경우 원자 배열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조절, 보다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갖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밝혔다.

아연이 들어가면 원자들이 제자리를 훨씬 쉽게 찾아가 정교하고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만드는 것.

연구팀은 AI가 계산한 가상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제 아연-백금-코발트 촉매를 합성했다. 

실험결과 아연을 도입한 백금-코발트 촉매는 기존 백금 촉매나 아연이 없는 촉매보다 산소환원반응 활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구동해도 구조를 유지하는 훌륭한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아연이 도입된 백금-코발트 촉매 합성 과정. KAIST


이는 AI 계산 결과를 촉매 합성과 성능 개선으로 직접 연결해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이번 기술은 수소 승용차는 물론 장거리 운행을 하는 수소트럭, 수소 선박,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탄소중립 핵심 산업 전반에서 촉매 수명을 늘리고 제조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기존 합금 촉매가 가진 내구성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금속간화합물은 고온 열처리 과정에서 입자가 뭉치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AI 계산 결과를 촉매 합성과 성능 개선으로 직접 연결해 AI가 차세대 연료전지 촉매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장현우 박사과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류재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논문명: Machine Learning-Guided Design of L1₀-PtCo Intermetallic Catalysts: Zn-Mediated Atomic Ordering)

(왼쪽부터)KAIST 조은애 교수, 서울대 이원보 교수, KAIST 장현우 박사과정, 서울대 류재현 박사.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