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통증 강도, 사람마다 다른 이유"… IBS, 개인 맞춤형 통증 바이오마커 개발

[쿠키과학] "통증 강도, 사람마다 다른 이유"… IBS, 개인 맞춤형 통증 바이오마커 개발

fMRI·AI로 ‘뇌 지문’ 규명, 만성 통증 강도 정밀 예측
섬유근육통 환자 수개월 추적 분석
공통 통증 마커 한계 극복, 환자별 뇌 연결망 패턴 달라

기사승인 2026-03-03 14:58:45
뇌 영상 기반 만성 통증 마커의 뇌 영역별 중요도. 각 영역의 색깔은 해당 영역을 마커에서 제외했을 때 예측 정확도가 얼마나 떨어지는 지로 계산한 중요도 값을 나타내며, 가장 중요도 값이 높은 5개의 영역을 추가로 표시했다. 각 참가자마다 서로 중요도가 높은 영역들이 상이하다. IBS

만성 통증은 혈압처럼 수치로 잴 수 없어 같은 진단을 받아도 누구는 일상을 유지하고, 누구는 삶이 마비되는 차이가 발생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우충완 부연구단장은 충남대 조성근 교수와 공동연구로 만성 통증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뇌 연결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해 통증 강도를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정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공통 신호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환자별 고유한 뇌 지문을 찾은 것으로, 개인 맞춤형 정밀 진단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증 강도 수치화

성인 5명 중 1명이 겪는 만성 통증은 세계적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지만, 환자가 느끼는 고통 크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은 그동안 없었다. 

특히 외부 자극 없이 발생하는 만성 통증은 특성상 병원 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 진단에 한계가 컸다. 

이는 근본 처방보다 증상 완화에만 의존하게 해 장기적으로 약물 내성이나 중독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존 연구는 여러 환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통증 마커를 찾는 데 집중했지만, 통증은 주관적 경험이자 개인차가 커 개별 환자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우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여러 명의 데이터를 얕게 모으는 대신 한 명의 환자로부터 충분한 데이터를 반복 수집하는 방식으로 전신 통증이 지속되는 섬유근육통 환자를 대상으로 수개월간 반복해 fMRI 촬영을 진행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에 AI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해 개별 환자만의 고유 뇌기능 커넥톰을 도출한 결과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복잡한 상호작용 체계를 지도 형태로 나타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새로 개발한 개인 맞춤형 통증 바이오마커는 환자가 수개월 동안 겪은 통증 세기 변화를 오직 뇌 영상 정보만으로 매우 정밀하게 예측했다.

특히 반복 촬영 횟수가 4~5회를 넘어서면 예측 정확도가 급격히 향상됐다. 

연구팀은 통증 관련 뇌 반응 패턴이 지문처럼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이는 한 환자에게서 찾아낸 통증 마커는 다른 환자 통증을 설명하는 데 적용되지 않으며, 만성 통증은 개인 고유의 뇌 반응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뇌 영상 기반 만성 통증 마커의 통증 세기 예측. 가로축은 각 참가자가 보고한 실제 통증 세기, 세로축은 뇌 영상 마커가 예측한 통증 세기로, 실제 통증과 예측된 통증이 서로 유사하다. 서로 다른 색깔은 예측의 시간적 단위를 나타낸다. IBS

이번 연구는 집단 평균이 아닌 개인 단위 예측을 성공시킨 첫 fMRI 기반 정밀 의료 사례로 꼽힌다. 

연구팀은 향후 만성 통증의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하고 환자의 감정적 서사가 통증에 미치는 영향과 연관된 뇌 활동 패턴을 추가로 밝힐 계획이다.

우 부연구단장은 “향후 통증을 단순히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뇌 회로에 어떻게 반영돼 통증을 형성하는지까지 규명해 임상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밀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Personalized brain decoding of spontaneous pain in individuals with chronic pain / 저자 - Jae-Joong Lee, Seongwoo Jo, Sungkun Cho, Choong-Wan Woo)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