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마약중독 재발' 의지력 보단 뇌 회로 문제

[쿠키과학] '마약중독 재발' 의지력 보단 뇌 회로 문제

KAIST, 전전두엽 억제성 신경세포(PV)가 코카인 탐색행동 조절 확인
코카인 중독 쥐 실험 통해 중독 행동 조절 확인
일반 보상과 다른 마약 특이적 현상 규명

기사승인 2026-03-09 10:56:38
마약 탐색 행동을 결정하는 전전두엽-보상회로 연결 기전 모식도. KAIST

마약 중독이 오랜 금단 이후에도 작은 자극에 되살아나는 이유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뇌 속 특정 신경세포 회로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KAIST는 뇌인지과학과 세범 석좌교수팀은 미국 UC샌디에이고(UCSD) 임병국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마약 중독을 조절하는 뇌 신경 회로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전전두엽 피질(PFC)에서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파발부민(PV) 억제성 신경세포에 주목했다. 

억제성 신경세포는 뇌 신경회로에서 다른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함으로써 신경 활동의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주변 신경세포의 활동을 감소시키고 정밀한 정보처리 조절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코카인에 중독된 생쥐를 이용해 약물투여, 금단, 소거훈련 과정을 거치며 전전두엽 신경 활동을 장기간 추적했다. 

코카인 탐색 행동 동안 전전두엽 회로 신경 활동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실험 설계. KAIST

그 결과 전전두엽 억제성 신경세포 가운데 60~70%를 차지하는 PV세포가 코카인을 찾으려는 행동에서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더 이상 약물을 찾지 않도록 하는 소거 훈련을 진행하자 PV세포 활동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독 행동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신경 회로 조절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전두엽 피질은 충동 조절, 의사결정, 계획 수립, 감정 조절 등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신경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PV 세포를 억제하자 생쥐의 코카인 탐색 행동은 크게 줄었고, 이를 활성화하면 소거 훈련 이후에도 약물을 다시 찾는 행동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설탕물 같은 일반 보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억제성 신경세포인 소마토스타틴(SOM) 세포에서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마약 중독 행동을 PV세포가 선택적으로 조절함을 유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과 뇌의 보상 중심인 ‘복측피개영역(VTA)’을 연결하는 신경 경로도 확인했다. 

복측피개영역은 중뇌에 위치한 신경핵 집단으로, 이 영역의 신경세포들은 주로 도파민 신호를 통해 다른 뇌 영역과 상호작용하며 보상 예측, 강화 학습, 행동 선택 과정에 관여하고, 특히 약물 보상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알려졌다.

PV세포는 이 경로에서 신호 흐름을 조절해 도파민 신호에 영향을 주고, 마약을 다시 찾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조절 스위치 역할을 했다.

이는 중독 재발은 전전두엽 기능이 단순히 약해진 결과가 아닌, 특정 신경세포가 전전두엽과 보상회로 사이 신호 흐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임을 의미한다.

코카인 탐색 행동 과정에서 전전두엽 억제성 신경세포의 개별 활성, 집단 활성 패턴, 행동 조절 효과 단계별 비교. KAIST


백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 중독이 특정 신경세포와 신경 회로 조절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PV세포가 중독 행동의 게이트 역할을 한다는 발견은 향후 정밀한 표적치료 전략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UCSD 정민주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런(Neuron)'에 게재됐다.
(논문명: Distinct Interneuronal Dynamics Selectively Gate Target-Specific Cortical Projections in Drug Seeking)

(왼쪽부터)UCSD 생명과학과 정민주 박사, UCSD 생명과학과 임병국 교수, KAIST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