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노화 늦추고 수명 연장하는 방법"… KAIST, 원형 RNA 상관관계 규명

[쿠키과학] "노화 늦추고 수명 연장하는 방법"… KAIST, 원형 RNA 상관관계 규명

나이 들수록 축적되는 원형 RNA가 노화 원인
RNASEK 효소, RNA 노폐물 제거로 장수 유도
스트레스 과립 형성 억제, 세포 유지 메커니즘 규명
퇴행성 뇌질환 연구 확장 가능성 제시

기사승인 2026-03-18 09:22:09
원형 RNA와 제거 효소 RNASEK 단백질에 따라 장수 혹은 노화가 진행됨을 보여주는 모식도. KAIST

KAIST가 세포에 쌓이는 ‘원형 RNA(circular RNA)’를 제거하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를 조절하는 핵심이 DNA나 단백질이 아니라 RNA 수준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승재·김윤기·이광록 교수팀은 원형 RNA를 분해하는 효소 ‘RNASEK’가 장수를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포는 DNA에 담긴 정보를 바탕으로 RNA를 만들고, 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RNA는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지만,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원형 RNA는 구조가 단단해 쉽게 분해되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세포 안에 점점 쌓인다.

그동안 원형 RNA는 단순히 노화가 진행되면서 함께 늘어나는 결과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원형 RNA가 실제로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세포 내 분해 시스템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노화 연구에 널리 쓰는 예쁜꼬마선충으로 실험한 결과 RNASEK 단백질이 원형 RNA를 분해해 세포에 쌓이지 않도록 조절하고, 이 과정이 장수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나이가 들수록 RNASEK 양이 줄고, 이에 따라 원형 RNA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반면 RNASEK 양을 인위적으로 늘리자 원형 RNA가 줄고, 개체 수명이 늘면서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세포 안에서 RNA 노폐물을 정리하는 기능이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또 연구팀은 원형 RNA가 단순히 쌓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뭉쳐 세포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확인했다. 

원형 RNA가 과도하게 축적되면 세포 안에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이라는 덩어리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된다.

이 구조는 세포가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일시적으로 생기지만, 과도하게 형성되면 오히려 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RNASEK는 샤페론 단백질 ‘HSP90’과 함께 작용해 원형 RNA가 서로 뭉치는 것을 억제하고, 스트레스 과립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막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생쥐와 인간 세포에서도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RNASEK 기능이 부족해지면 원형 RNA가 쌓이고 세포에서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원형 RNA를 제거하는 과정이 세포 건강과 수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으로, 스트레스 과립 이상은 알츠하이머, 파킨슨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도 관련이 있어 향후 치료 전략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재 교수는 “원형 RNA는 단순한 노화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실제로 노화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RNASEK가 이를 제거해 건강한 장수를 유도하는 핵심 조절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시은·함석진·부성호·이동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Molecular Cell’에 게재됐다.
(논문명: Ribonuclease κ promotes longevity by preventing age-associated accumulation of circular RNA in stress granules, DOI: 10.1016/j.molcel.2026.01.031)

(뒷줄 왼쪽부터)김윤기 교수,이승재 교수,이광록 교수 (앞줄 왼쪽부터)부성호 박사,김시은 박사,함석진 박사 (상단)이동훈 박사.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