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에너지 없이 RNA 분해… KAIST, Xrn1 작동 원리 규명

[쿠키과학] 에너지 없이 RNA 분해… KAIST, Xrn1 작동 원리 규명

단일분자 분석으로 RNA 분해 메커니즘 최초 규명
Xrn1, 내부 에너지 축적·방출로 RNA 구조 단계적 해체
암·바이러스 치료 연구 단서 기대

기사승인 2026-03-18 12:48:02
Grip-and-Pull 방식에 의한 Xrn1의 단계적 RNA 이중가닥 해리 과정. 한국연구재단

KAIST가 별도의 화학 에너지 없이도 리보핵산(RNA) 구조를 풀어내며 분해하는 생체 분자 기계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이 원리는 향후 RNA 대사 이상과 관련된 암이나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 개발 등 정밀 의약기술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KAIST 이광록 교수팀이 단일분자 수준의 분석으로 RNA 분해 효소 ‘Xrn1’이 ATP 같은 화학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RNA 구조를 단계적으로 풀어내며 분해하는 새로운 작동기전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Xrn1은 진핵세포에서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RNA를 제거하고, ATP는 Xrn1 효소가 핵산을 분해하거나 RNA가 합성되는 모든 과정에 필수인 화학 에너지다.

RNA 분해 과정의 미스터리

RNA는 세포 내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분자로, 기능을 마친 뒤 적절히 제거되지 않으면 세포 항상성이 무너진다.

일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RNA 이중가닥 구조를 풀기 위해서는 ATP와 같은 화학 에너지를 사용하는 헬리케이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표적인 RNA 분해 효소인 Xrn1은 이런 에너지 장치 없이도 안정적인 구조를 해체할 수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일분자 형광분석(smFRET) 기술을 활용해 Xrn1이 RNA를 분해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이 효소는 RNA 위를 연속적으로 이동하지 않고 8~9개의 염기쌍 단위로 구조를 끊어내며 단계적으로 전진했다.

특히 Xrn1은 RNA를 단단히 붙잡은 뒤 당겨 구조를 풀어내는 ‘그립 앤 풀(Grip-and-Pull)’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는 효소 내부 특정 아미노산이 RNA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고, 분해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한 번에 방출하면서 구조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외부 에너지원 없이도 내부 반응에서 얻은 힘을 활용해 기계적으로 작동한다.

또 연구진은 통계적 분석 기법을 통해 이런 작동이 에너지를 점진적으로 모았다가 순간적으로 방출해 RNA 구조를 붕괴시키는 ‘스프링 장전’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Xrn1은 세포 내 RNA 양을 조절하는 기능뿐 아니라 항바이러스 반응, 면역 조절, 암세포 생존 등 다양한 생리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이번 연구가 관련 질환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효소가 단순히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수준을 넘어 정교한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RNA 대사와 연관된 질환의 분자적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
(논문명: A spring-loaded grip-and-pull mechanism for stepwise RNA duplex unwinding by Xrn1 / 저자 - 이준혁 석박통합과정 (GIST, 제1저자), 조혁진 석박통합과정 (GIST), 홍세미 (GIST 석사), 유정민 연구원 (KAIST), 진미선 교수 (GIST), 진석원 교수 (GIST), 장정호 교수 (경북대), 리앙 통(Liang Tong) 교수 (Columbia University, New York), 이광록 교수 (KAIST, 교신저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