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형광 표지나 근접장 증폭 기술 없이도 살아있는 세포 속 분자 하나하나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차세대 라만 현미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심상희·우한영·박성남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자공명 유도 라만산란(ER-SRS)’ 기술과 새롭게 설계한 ‘비형광 분자 프로브(RANMP)’를 결합해 개별 분자의 거동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단일 분자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 생명과학은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분자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지질, 유전자 등 개별 분자의 위치와 이동을 직접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다.
이에 따라 여러 분자를 동시에 분석하는 초다중 이미징과, 이를 기반으로 생체 지도를 구축하는 공간 오믹스 연구가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형광 물질을 분자에 부착해 신호를 검출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분자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고, 장시간 관찰 시 형광이 사라지는 광표백 현상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형광 신호는 스펙트럼 폭이 넓어 동시에 구분할 수 있는 분자 수가 제한적이어서 복잡한 생체 환경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만 분광 기반 접근을 선택했다.
라만 산란은 분자 고유의 진동 정보를 반영하는 신호로, 분자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는 형광보다 훨씬 좁은 스펙트럼 특성을 가져 다양한 분자를 동시에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호 세기가 매우 약해 단일 분자 수준에서는 검출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ER-SRS 기술을 적용, 라만 신호를 크게 증폭했다.
이는 두 개의 레이저를 각각 분자의 전자 전이와 진동 주파수에 정밀하게 맞춰 공명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신호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형광을 거의 방출하지 않으면서 강한 라만 신호를 내는 RANMP를 결합해 배경 잡음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이 결과 라만 신호를 200배 이상 증폭했을 뿐만 아니라 형광 검출 없이도 단일 분자를 직접 감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주파수 차이가 매우 작은 분자들도 동시에 구분하는 이중 이미징을 구현해 복잡한 생체 환경에서도 다수의 분자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 살아있는 세포에 적용, 개별 분자의 이동과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형광 표지 없이 단일 분자를 관찰한 사례로, 세포 내 분자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 상태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성과는 공간 오믹스 분야에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수의 분자를 동시에 구분할 수 있는 특성으로 세포 내 유전자와 단백질의 위치 정보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암이나 뇌질환 등 복잡한 질병의 발생 메커니즘 규명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향후 특정 세포 소기관을 표적하는 기능기를 분자 프로브에 결합해 미토콘드리아나 리소좀 등 특정 위치의 분자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기술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양한 분자 구조를 활용한 라이브러리 구축을 통해 초다중 이미징 기술을 고도화하고, 신약 개발과 질병 진단 등 실용 분야로의 적용도 추진할 방침이다.
심 교수는 “형광 기반 이미징이 가진 스펙트럼 중첩 문제를 극복하고, 분자 고유의 진동 신호만으로 단일 분자를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생체 적합성을 높인 프로브와 다양한 기능성 분자를 개발해 살아있는 세포 내 질병 관련 분자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차세대 바이오 이미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Fluorescence-free single-molecule microscopy via electronic resonance stimulated Raman scattering / 저자: 심상희 교수(교신저자/고려대), 우한영 교수(교신저자/고려대), 박성남 교수(교신저자/고려대), 오수민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고려대), 엄윤지 석사졸업(공동 제1저자/고려대), 김하연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고려대), 아유시 트라이패시(Ayushi Tripathi)(2저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