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의약품 정책 손질에 나서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미국 진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동철 럿커스-뉴저지주립대 겸임교수 및 중앙대 약학대 명예교수는 23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현재 미국은 약값 지불의 50%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 공보험에 체제에 가깝다”라며 “고령화로 인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가 약가에 강력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약가 개입의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IRA는 고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조정 역시 정부가 고가의 의약품에 대해 제약사와 직접 가격을 협상해 낮출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법안이다. 실제 협상 결과 머크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Januvia)는 79%, 노보 노디스크의 인슐린 ‘아스파트’(aspart)는 76%나 가격이 인하됐다.
특히 IRA는 2028년부터는 ‘파트D’ 경구제 뿐 아니라 ‘파트B’ 주사제까지 확장돼 적용될 예정이다. 서 교수는 “국내 제약사 중 주사제의 매출액이 큰 회사도 있기 때문에 한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짚었다.
의약품 유통 구조 중 하나인 ‘PBM’도 수술대에 올렸다. 미국 의약품 유통 시장의 80% 가량을 장악한 PBM 체제에 대해 서 교수는 “PBM은 의약품 보험회사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제약사가 PBM에 등록을 해야 판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PBM이 리베이트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챙기면서 약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환자와 제약사의 직거래 플랫폼인 ‘TrumpRx.gov’를 전격 가동했다.
PBM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 ‘기회’보다는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분석했다. 서 교수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PBM이 얻은 이익을 정부와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됐다”면서 “PBM은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제약사에게 요구하는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던 MFN(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은 의외로 실질적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약가에 대해 해외보다 3~4배 높다고 주장하며, 가격을 50% 이상 낮췄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제약사들이 이미 시장에서 리베이트와 가격 할인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MFM으로 낮아진 가격이 사실상 기존의 실거래가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하는 생물보안법은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한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에겐 CDMO 수주가 확대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매년 미국이 우려 대상 기업(BCC)을 지정하므로, 중국 파트너사와의 계약 시 BCC 지정될 때 즉시 해지 조항을 필수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럽이나 한국보다 신약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해 기준 가격을 높게 선점하는 '미국 우선 출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진출을 위해선 관세 및 공급망, 약가 및 유통, 법률 및 계약 등 통합적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