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슈퍼박테리아 잡는다"… KAIST, 그래핀 항균 원리 첫 규명

[쿠키과학] "슈퍼박테리아 잡는다"… KAIST, 그래핀 항균 원리 첫 규명

산화그래핀, 세균 세포막 성분 POPG와만 선택 결합
슈퍼박테리아 성장 억제·상처 치유 촉진 동물실험서 확인
반복 세탁에도 항균 기능 유지, 의류·의료·웨어러블 적용 기대

기사승인 2026-03-25 10:46:40
산화그래핀-세포막의 선택적 상호작용 모식도. KAIST

KAIST가 그래핀이 인체에는 안전하면서 세균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최초 규명했다. 

이번 성과는 슈퍼박테리아까지 잡으면서도 인체 세포는 건드리지 않아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와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산화그래핀(Graphene Oxide, GO)이 세균 세포막에만 존재하는 특정 인지질 성분(POPG)과 선택적으로 결합해 세균을 사멸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산화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나노 소재에 산소 작용기가 결합한 물질로, 물에 잘 분산되는 특성을 지녀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며, 표면에 존재하는 산소 작용기를 통해 특정 물질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세균 세포막에만 존재하는 성분과 반응해 항균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차세대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산화그래핀 표면의 산소 작용기가 세균 세포막에 풍부한 음전하성 인지질 POPG와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인공 지질 소포체 모델과 화학적 분석을 통해 입증했다.

이 결합이 세균 세포막의 구조적 불안정을 유도해 세포를 사멸시키는 반면, 포유류 세포막의 주요 인지질과는 반응하지 않아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는 마치 암세포만 찾아가는 표적 항암제처럼, 산화그래핀은 세균 세포막에만 있는 성분을 골라 결합해 세포를 사멸시킨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적용한 나노섬유를 개발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를 포함한 다양한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생쥐와 돼지 감염 상처 모델에 적용한 동물 실험에서 염증 반응이나 조직 손상 없이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특히 이 나노섬유는 반복 세탁 후에도 항균 기능을 유지해 의류, 의료용 드레싱,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을 보였다.

기전 세포막 모사 인공 지질 소포체의 현미경 분석 및 화학 분석을 통한 분자 수준에서의 선택적 상호작용 기전 규명. KAIST

이 기술은 KAIST 교원창업기업 ㈜소재창조의 원천특허로 제작한 그래핀 항균 칫솔에 적용, 1000만 개 이상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 지난 파리올림픽 태권도 시범단 도복에 그래핀텍스 소재를 적용했고, 올해 아시안게임 등 향후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신기능성 스포츠 의류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세균 세포막에만 존재하는 성분을 정확히 표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 입증됐다"며 "화학약품 없이도 세균을 억제할 수 있는 만큼 피부에 닿는 의류부터 상처 치료용 드레싱,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차수진 박사과정과 생명과학과 정주연 석박통합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에 게재됐다.
(논문명 : Biocompatible but Antibacterial Mechanism of Graphene Oxide for Sustainable Antibiotics)

(왼쪽부터)KAIST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생명과학과 정주연 석박통합과정, 신소재공학과 차수진 박사과정,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