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콜레스테롤 조절 단백질이 세포 죽음도 결정한다"… 생명연, 세계 첫 규명

[쿠키과학] "콜레스테롤 조절 단백질이 세포 죽음도 결정한다"… 생명연, 세계 첫 규명

SREBP-2 단백질, 스트레스 상황서 C-말단 조각 분비해 세포 사멸 유도
면역 신호 단백질 IRAK1과 결합, 자살 회로 활성화
패혈증·바이러스 감염 사이토카인 폭풍 원인 규명 기대

기사승인 2026-03-25 14:00:43
스트레스 상황에서 SREBP-2 단백질의 기능 변화와 세포 사멸 유도 기전 모식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그동안 콜레스테롤 조절자로만 알려졌던 단백질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의 죽음을 결정하는 '사멸 신호'로 변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패혈증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과도한 세포 죽음이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생명연 노화융합연구단 서영교 박사팀은 콜레스테롤 조절 단백질 ‘SREBP-2’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SREBP-2는 평소 세포 내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합성을 늘리고, 넘치면 줄이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 몸 세포는 감염되거나 손상되면 주변 조직 피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포 사멸 과정을 거친다. 

이는 몸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 전략이지만, 정상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작동하면 오히려 폐나 간 등 주요 장기 손상을 초래한다.

연구팀은 SREBP-2의 뒷부분 ‘C-말단’이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포체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밖으로 분비되고, 주변 세포로 이동해 죽음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분비된 C-말단 조각은 면역반응 신호전달 단백질 ‘IRAK1’과 결합한다. IRAK1은 감염 등 위험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SREBP-2 조각과 결합하면 세포 자살 회로가 강하게 활성화됐다.

SREBP-2 C-말단의 비정형적 역할: IRAK1 의존성 세포사멸의 분비 매개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패혈증 생쥐모델으로 이 과정을 입증했다. 

실험결과 질환이 악화될수록 폐·간·신장 등 주요 장기에서 C-말단 조각이 급격히 증가했고, 특히 폐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또 IRAK1의 작용을 억제하자 죽어가던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SREBP-2 C-말단 조각이 IRAK1을 통해 세포 사멸을 직접 유도하는 핵심 신호임을 의미한다.

SREBP-2 C-말단 단편의 IRAK1 상호작용 및 세포외 신호전달을 통한 세포사멸을 촉진. a. 스트레스 조직의 SREBP-2 C-말단 수준을 정량 b. SREBP-2 과발현세포주 구축 및 C말단 결합 단백질  c. C-말단과 IRAK1 간의 상호작용 d. C 말단의 세포사멸 연향 및 정량 검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번 연구는 특정 단백질이 환경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패혈증이나 바이러스 감염 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과 조직 손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서 박사는 "콜레스테롤 조절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돼 멀쩡한 세포까지 죽게 만드는 과정을 차단하면 패혈증의 장기 부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감염 질환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표적 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18일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 Targeted Therapy(IF 52)’에 게재됐다.
(논문명: Cleaved SREBP-2 C-terminal fragment noncanonically drives interleukin-1 receptor-associated kinase 1-dependent apoptosis/ 교신저자: 생명연 서영교 박사 / 제1저자: 생명연 연명훈 박사) 

서영교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