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수백 개 나뭇잎 움직임 한 번에 파악하는 비밀'… IBS, 뇌 '압축 전략' 규명

[쿠키과학] '수백 개 나뭇잎 움직임 한 번에 파악하는 비밀'… IBS, 뇌 '압축 전략' 규명

일차시각피질→후두정피질, 2단계 정보 압축구조 확인
뉴런 신경집단 협력으로 신뢰도 높은 인지
AI·컴퓨터 비전·인공의식 연구로 확장 가능성 제시

기사승인 2026-03-25 15:06:15
DK 자극에 대한 시각-두정엽 계층에서의 요약 통계 및 범주 정보처리 개념도. 쥐가 무작위 점 운동(random dot kinematogram, RDK) 자극을 관찰할 때, 시각 정보가 계층적으로 변환되어 행동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일차 시각피질(V1)에서는 여러 점 운동으로부터 평균 방향과 같은 요약 통계 정보가 추출되며 이후 후두정피질(PPC)에서는 이 정보가 과제 관련 범주 방향 표현으로 재구성된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신경 표상은 의사결정 및 행동 반응으로 이어진다. 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쏟아지는 빗방울을 볼 때 각각의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아도 전체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아채는 것처럼 복잡한 시각 정보를 단숨에 파악하는 뇌의 ‘압축 전략’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인지 원리 이해는 물론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AI) 설계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IBS 기억및교세포연구단 김이준·이도윤 연구위원팀은 뇌가 복잡한 움직임 정보를 평균 방향 정보로 요약한 후, 왼쪽이나 오른쪽처럼 비슷한 특징으로 묶는 ‘범주화 정보’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인간이 다양한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아도 전체 방향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뇌가 방대한 시각 정보를 요약 통계로 압축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생쥐에게 수백 개 점이 무작위로 움직이는 운동자극을 제시하고, 점들의 평균 이동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판단하도록 했다.

동시에 칼슘 이미징 기법을 활용해 수백~수천 개 신경세포의 활동을 실시간 추적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시각 정보가 처음 처리되는 일차시각피질(V1)에서는 복잡한 움직임을 평균 방향과 분산의 통계 정보로 정리했다. 

이어 판단과 행동을 담당하는 후두정피질(PPC)에서는 이 평균 정보가 왼쪽 또는 오른쪽과 같은 범주 정보로 변했다. 

이 두 영역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연하게 상호작용했다.

특히 뇌의 판단은 개별 신경세포가 아닌 집단 활동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났다. 

개별 뉴런은 자극 조건에 따라 반응이 크게 흔들렸지만, 여러 신경세포를 통합한 집단 반응에서는 안정적인 방향 정보가 유지됐다. 

이는 뇌가 소수의 특정 뉴런보다는 넓게 분포된 신경집단의 협력을 통해 신뢰도 높은 판단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방향 판단 행동 과제와 자극 조건 및 수행 결과. (가)쥐는 RDK 자극이 제시되면 자극의 평균 방향을 추정한 뒤, 해당 방향으로 휠을 돌려 반응하였다. (나)실험에 사용된 자극의 예시. 모든 점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형 자극과, 서로 다른 방향 성분으로 구성된 이형 자극이 포함되었으며 이형 자극은 주어진 방향의 분포에 따라 난이도가 조절되었다. (다)실험에서 제시된 평균 방향 조건. 범주 경계를 기준으로 동일한 간격으로 평균 방향이 구성되었다. (라)자극 조건에 따른 행동 수행 결과. 쥐는 직접적으로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이형 자극 조건에서도 평균 방향 정보를 바탕으로 중간 난이도까지 동형 자극에서와 비슷한 정도로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였다. IBS

또 연구팀은 상위 뇌 영역이 하위 영역에 영향을 주는 하향식 조절도 확인했다. 

이 실험에서 생쥐는 단순히 자극을 볼 때와 달리 실제 판단 과제를 수행할 때 V1의 평균 방향 표상이 범주 경계 쪽으로 미세하게 이동했다. 

이는 PPC에서 형성된 범주 정보가 다시 초기 감각 처리 단계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뇌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처리하지 않고 평균과 분산 같은 핵심 통계값을 추출한 뒤, 이를 행동에 필요한 범주로 압축하는 2단계 처리구조를 신경 회로 수준에서 처음 입증해 큰 의미를 갖는다.

미세내시경을 이용한 칼슘 영상 기반 V1 및 PPC 집단 분석 결과. 본 그림은 미세내시경을 사용하여 V1과 PPC에서 획득한 신경활동 데이터의 집단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V1에서는 평균 방향 정보가 지배적인 표상으로 나타난 반면 PPC에서는 범주 방향 정보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시각 처리 계층에서 감각적 요약 정보가 상위 영역으로 갈수록 행동 관련성이 높은 추상적 범주 정보로 변환됨을 보여준다. IBS

연구팀은 향후 V1과 PPC 사이에서 정보가 전달·변환되는 과정을 회로 수준에서 규명하고, 이를 인간 뇌 연구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이영범 IBS 선임연구원은 “뇌는 변하는 감각 입력을 그대로 처리하지 않고 안정적인 요약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공동교신저자인 이도윤·김이준 연구위원은 “일차시각피질에서 후두정피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감각 정보가 평균과 분산 같은 요약 통계로 정리되고, 이를 다시 범주화된 정보로 변환하는 방식은 뇌가 세상을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기본 원리를 보여준다”며 “이처럼 모든 정보를 그대로 처리하지 않고 통계적 구조를 파악하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은 인간의 주관적 지각과 의사결정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핵심을 추출해야 하는 컴퓨터 비전과 인공의식 연구에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4.1)’에 게재됐다.
(논문명: Hierarchical summary statistics encoding across primary visual and posterior parietal cortices/ 저자: 이영범(제1저자/IBS), 올리버 제임스(공동저자/IBS), 정가은(공동저자/충남대), 이도윤(공동교신저자/IBS), 김이준(공동교신저자/IB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