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약가 45%로 낮춘다…건보 재정 2조원 이상 절감 기대

복제약 약가 45%로 낮춘다…건보 재정 2조원 이상 절감 기대

14년 만의 약가제도 개편
OECD 대비 80% 이상 비싼 한국 복제약 약가 인하 
혁신형 제약사, 약가 60% 우대…준혁신형 인증도 신설

기사승인 2026-03-26 17:59:34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14년만에 약가 제도 수술에 나섰다. 오리지널 약의 53.55% 수준이었던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45%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제약업계 충격을 줄이기 위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준을 통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은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연간 약 2조원 안팎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약가제도 개편안을 심의‧의결했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은 촉진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복제약 산정률 45%로 인하…14년 만의 약가 개편

이번 개편안은 오리지널 신약의 53.55%인 복제약 약가를 45%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시점을 21번째 품목에서 13번째 품목으로 앞당겨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복제약은 신약으로 개발한 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어 다른 회사에서 동일 성분으로 생산하는 약을 말한다. 

복제약 약가 조정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가 복제약 약가 제도를 수술대에 올린 건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의 복제약 가격이 해외 주요국보다 비싼 편이기도 하다. 2022년 캐나다 약가검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복제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2.17배 높다. 

약값은 10년에 걸쳐 두 단계로 나눠 인하된다. 등재 시점을 기준으로, 12년을 넘은 복제약의 경우 올해부터 바로 약가가 인하돼 매년 2%씩 2029년 45%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등재 시점이 12년이 넘지 않은 복제약의 경우 2030년부터 약가 인하가 적용된다. 등재 시점 12년은 최초 복제약 진입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가령 등재된 지 12년이 넘지 않은 복제약이더라도, 같은 성분의 약이 13년 전 등재됐다면 올해부터 약가가 하향 조정된다는 뜻이다. 

다만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약제는 약가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퇴장방지‧저가‧희귀의약품, 단독등재, 수급 불안정 사유로 최근 5년 이내 약가가 인상된 의약품, 기초수액제‧방사선의약품, 산소‧아산화질소 등이 해당된다.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은 올해 하반기 착수한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전날 출입기자단 사전설명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 기등재의약품 약가 조정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기본 방향을 발표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있고, 올해를 넘겼을 땐 오히려 정책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D 투자 비율 높은 제약사, 약값 조정 최대 4년 유예 

급격한 약가 인하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약값 우대, 세제 감면 등 혜택을 주는 인증 제도다. 이는 신약 개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제약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신규 복제약에 대해 약가 60%로 1년간 우대하기로 했다. 해당 복제약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우 우대기간을 3년 연장한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이번에 신설한 제도다. 잠재력을 갖춘 견실한 제약사가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신규 등재 복제약을 대상으로 1년간 50%의 우대 약가를 부여하며, 국내 생산되는 경우 우대 기간을 3년 연장한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일정 수준(매출 1000억원 이상 5%, 미만 7%) 이상인 기업은 해당 제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5년간 리베이트 사유로 약사법, 공정거래법, 제약산업법상 행정 처분을 받은 기업은 제외된다. 

약국 등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약가 인하 시행 전 1개월간 준비 기간을 부여한다. 약값이 조정될 때마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발생하는 반품 및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가 조정 시기를 매년 4월, 10월로 정례화 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기업, 가산 약가 50% 최대 4년 적용

환자들이 약값 조정으로 인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한다. 그간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는 약제인 ‘퇴장방지의약품’은 제도를 통해 지원해왔지만, 기업 우대책이 부재한 상황이라 공급 중단이 자주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일반 제약사 대비 퇴장방지의약품 공급 기여가 높은 기업을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제약사가 생산하는 품목 수나 청구 금액 중 퇴장방지의약품 비중이 20% 이상인 경우, 해당 기업이 신규 복제약을 등재할 때 가산 약가 50%를 최대 4년간 적용할 방침이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도 현실화해 10% 확대할 방침이다. 국가필수의약품 중 보건의료 필수성이 높은 약제를 대상으로 퇴장방지의약품을 우선 지정할 예정이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질병 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말한다. 퇴장방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동시 지정된 약제는 원가보전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 시 다른 약가 우대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국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항생주사제, 소아용 의약품 등은 68%의 높은 약가 우대율을 10년 이상 보장하기로 했다. 10년 이후에는 3개사 이하 공급 시 우대율을 지속 적용한다. 이는 기등재 약제까지 소급 적용한다. 필수의약품이나 국가적으로 공급 관리가 필요한 약제에 대해서는 약가 인하를 적용하지 않는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급여 적정성 평가와 협상을 간소화해 등재기간을 기존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 약을 먼저 쓴 뒤 나중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실사용 자료를 활용해 평가하는 사후 관리 시스템도 강화한다.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가격 대비 가치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경제성 평가 역시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을 적정 수준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年 2조원 이상 건강보험 재정 절감…신약 보상 재원으로 선순환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2037년 기준 연간 약 2조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권 국장은 “(기등재된지 12년 이상) 1단계 약가 조정이 끝나면 연간 1조1000억원 수준이 절감되고, 2단계가 끝나면 1조3000억원이라 2037년이 되면 연 평균 약 2조4000억원 정도 재정이 절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2037년부터는 연간 2조4000억원씩 재정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절감된 재원은 중증 질환자의 본인 부담 경감과 혁신 신약 보상 재원으로 선순환 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관련 고시 개정에 착수하고,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적 개선 방안을 통해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보장성은 대폭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연구개발·필수의약품 수급 안정 노력에 대한 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