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몰락 또 보나”…주호영, ‘공천 개혁 전쟁’ 선포

“보수 몰락 또 보나”…주호영, ‘공천 개혁 전쟁’ 선포

“절차·실체 모두 문제”…이정현 공관위 정면 비판
2016년 탄핵 국면 소환 “공천 실패가 보수 몰락 불렀다” 
“대구 시민 뜻 따르겠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 거듭 시사

기사승인 2026-03-29 21:09:28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29일 보수 몰락을 막기 위한 공천 구조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사진은 주호영 부의장이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낸 가처분 사건 심문을 위해 27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모습. 임은재 기자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대구시장 컷오프를 계기로 “보수정당 공천 폐해”를 정면 겨냥하며 국민의힘 공천 구조 전면 개혁과 ‘보수 재건’을 내걸고 장동혁 대표·이정현 공관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주호영 부의장은 29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컷오프 결정이 절차적으로도, 실체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공관위 결정의 무효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지난 22일 자신에 대한 컷오프 표결을 밀어붙이면서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참석자는 찬성으로 간주하겠다는 식으로 처리했다”며 “사실이라면 표결 방식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민주적 의사결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체적으로도 “공관위가 스스로 정한 부적격 기준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칙이 아닌 자의적·정치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한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핵심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 컷오프 불복을 넘어, 보수정당 공천사가 낳은 구조적 폐해 전체에 칼날을 겨눴다는 점이다. 

주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문을 연 첫 단추 가운데 하나도 결국 잘못된 공천이었다”며 2016년 20대 총선을 소환했다. 

새누리당이 당시 최악의 공천 파동 끝에 총선에서 패배하고, 의석 한 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다수당 지위를 내준 결과가 결국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다는 ‘공천 실패-총선 패배-다수당 상실-탄핵’의 연결 고리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본인 역시 그때 정략적 공천의 피해자로 무소속 출마 끝에 당선·복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컷오프 사태를 과거 보수 몰락의 전철 위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역사 소환’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권 아래 여대야소 구도 속에서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를, 20대 총선 이후 보수 붕괴의 패턴과 겹쳐 제시하며 자신의 컷오프를 개인 문제가 아닌 당 존망이 걸린 구조적 위기로 격상시키는 전략이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선거판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공천 갈등이 치명적인 ‘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대구 정가 전반에 번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오는 30일 대구시장 출마 공식 선언을 예고하면서 ‘보수의 텃밭’ 대구 수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권영진 의원의 발언은 이런 위기의식을 집약한다. 대구시장 출신인 권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인위적인 컷오프로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면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까지 내주면 해산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국회 권력 내주고, 대통령 권력 내주고, 지방 권력까지 통째로 내주면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서 정당 행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대구시장 공천 갈등이 단순 지역 공천 분쟁이 아니라 당 존립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주 부의장은 문제의 원인을 국민의힘 공천 시스템 자체에서 찾으며 구조 개편을 공개 요구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인사를 단지 정계 원로라는 이유로 공관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구태는 이제 시정돼야 한다”며, 공관위원장 인선이 사실상 지도부 의중을 대리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공관위원 역시 지도부 눈치를 보며 거수기 역할에 머무는 구조에서는 민심을 따르는 공천이 나올 수 없다”며 “공관위가 독립성과 대표성을 갖춘 기구로 재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관위원장의 책임성 문제도 날카롭게 제기했다. 주 부의장은 “공관위원장이 독단과 독선으로 공천을 밀어붙인 뒤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은 당과 후보, 지지자들이 떠안고 본인은 자취를 감춰버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 당시 공천 책임자였던 이한구씨는 어디에 있나”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과거 공천 책임자들의 ‘무책임’을 상징적으로 겨냥했다. 이런 공세는 현재 공관위를 이끄는 이정현 위원장뿐 아니라, 공천 구조 전반에 제도적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행보에 대해 주 부의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강한 함의를 남겼다. 그는 “나의 행보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만약 국민의힘이 불법적이고 원칙 없는 결정을 끝내 고수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올해 6월 3일 지방선거 패배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관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며 “보수 몰락의 길이 아니라 보수 재건의 길을 선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 지도부 책임론과 공천 재검토 압박을 동시에 높였다.

주 부의장은 글 말미에 “지금 나의 나침반은 오직 대구 시민의 민심”이라며 “나의 유일한 기준은 대구 시민의 뜻이다. 나는 그 뜻에 따라 결심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상관없이 무소속 출마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가처분 인용 여부, 국민의힘 공천 재조정, 김부겸 전 총리의 출마가 맞물리며, 6·3 대구시장 선거는 보수 텃밭 수성전이자 공천 개혁을 둘러싼 보수 진영 권력투쟁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