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술을 즐기시는 분들 참 많이 계시죠.
저 역시 종종 마시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나치면, 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제어가 되지 않을 땐 여러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는데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술을 마시다가 안 마시면 금연의 경우처럼 금단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술을 쫓는 갈망이 세지거나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은 일종의 증상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라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합니다.
<리포트>
알코올 사용 장애는 곧 알코올 중독을 말합니다.
나쁜 감정을 해소하거나 즐거움을 더하고 싶을 때 술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알코올이 충족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늘 술을 찾게 되고 알코올을 대체할 만한 다른 수단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자의 집안에서는 술로 인한 문제를 갖고 있는 어른이나 형제, 자매들이 유독 많은 것이 확인됩니다.
더불어 부모의 애정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등 정신적 측면에서의 결핍이나 갈등도 알코올 사용 장애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술을 통해 불안, 스트레스, 긴장 등을 해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후 유사한 상황이 생겼을 때 또 다시 술을 찾기 쉽습니다.
이덕종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이란 물질이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라서 사용되게 됐을 때 뇌에서 보상회로라고 하는, 어떤 만족감 또는 보상감 등과 관련된 뇌 회로가 있는데 그 뇌 회로에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이고요. 처음에는 알코올이란 물질을 사용하면서 얻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 효과를 얻기 위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반복적으로 사용이 되면 그 회로에 변화가 일어나서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 얻게 되는 힘든 불안감이라든지 괴로움 등 때문에 자동적으로 물질을 계속 찾게 되는 식으로 강화가 점점 되면서 중독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일단 술을 쫓는 갈망감이 큽니다.
술에 대한 내성도 있어 마시는 양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술을 안 마시면 불안, 불면, 식은땀 등이 나타나는 금단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체적으로 무리가 따라도, 대인 관계나 직업 능력에 경고등이 켜져도 술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덕종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부적 스트레스라든지 괴로운 부분들이 있을 때 술을 쉽게 사용한다든지 이렇게 사용하는 패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뇌 속에 변화를 만들게 되면 보통 40세 전, 30대 중·후반쯤부터 뇌 중독 부분이 점점 강화되서 그 때부터 보통 알코올 중독 문제들이 진행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겉으로 표면화 되지 않다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눈에 띄는 신체적 또는 뇌 건강적 문제들이 발병해서 병원까지 오게 되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스튜디오>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7만4천7백여 명입니다.
이 중 77%가 남성입니다.
그 이유로는 남성의 사회활동이 좀 더 활발하다는 점, 임신이나 양육 등으로 인해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의 비율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이 꼽힙니다.
여성은 환자 수는 적지만,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떨어지는 여성은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독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26%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20%, 60대가 18%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처럼 40대, 50대 이후 환자가 두드러진 것은 이 시기에 수년간 음주로 인해 축적된 위험인자들이 심각한 신체적 반응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알코올에 저항하던 우리의 몸도 지쳐 한계점에 다다른 셈이죠.
<리포트>
알코올 사용 장애는 각종 암은 물론 심장질환, 간질환, 위장질환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질병의 발생 확률을 높이고 신체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신도 점차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뇌 기능을 손상시켜 충동성을 높이고 인지 기능 발휘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알코올성 치매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덕종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술에 대해서는 관용적이기 때문에 병원을 찾더라도 실제로는 병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오시게 되면 그 분이 실제로 알코올 문제에 대해 어떤 스스로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평가를 하게 되고요. 동기를 계속 강화시켜 결국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려면 치료자만 역할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환자 분 스스로가 이것에 대해 인식을 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환자 분을 알코올 중독 치료에 끌어오기 위해, 계속 동기를 강화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만성적 뇌질환입니다.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을 경우 알코올에 대한 뇌 의존성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치료는 세 단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술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들어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상기하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동기와 지속적 단주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이와 함께 치료 약물 투여, 휴식 및 영양 공급 등을 통해 정신과 신체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이어 면담이나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해 일상생활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재발 가능성을 낮춥니다.
<스튜디오>
술에 관대한 우리 문화.
어느새 알코올 사용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전문의들은 ‘원하면 언제든 알코올 사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판이 일을 더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가 진행 중인 환자와 알코올을 끊고 그 기간을 유지한 환자의 뇌 영상 촬영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고 하는데요.
술을 오랫동안 놓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뇌의 실질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위축된 것이 확인되고, 의미 없는 빈 공간이 많이 관찰됩니다.
치료 의지를 갖고 단주를 시작했다면, 뇌의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는 대략 10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전문의들은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상황에 따라 증상이 재발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호전됐다고 해도 환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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