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부분연금제 도입…노후빈곤 막을 ‘묘수’ 될까 

정년 연장·부분연금제 도입…노후빈곤 막을 ‘묘수’ 될까 

퇴직 후 5년 간 ‘소득 크레바스’…정년 연장해 공백 메워야
앞당겨 받아도 감액 없는 ‘부분연금제’ 도입 제안도
정세은 교수 “노후빈곤 해소 위해 양질의 노인일자리 마련 우선”

기사승인 2025-03-12 11:00:04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후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법정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고, 감액 없이 국민연금을 당겨 받을 수 있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퇴직 후 ‘소득 공백’ 공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등 실효적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법정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추진할 것을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급까지의 소득 공백 문제를 권고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60세 퇴직자는 5년간의 소득 공백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인권위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며 “개인의 경제적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소득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불안이 높은 사회에서 소득 공백은 치명적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소득빈곤율은 38.2%로,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인 13.9%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이는 소득 공백이 발생할 때 버텨낼 여력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득 공백은 저소득 노인에겐 더욱 가혹하다. 이에 ‘조기노령연금’ 제도를 활용해 받을 수 있는 연금을 깎아서라도 앞당겨 받는 사례도 많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연금지급개시연령 전 최대 5년을 앞당겨 연금을 수령하는 제도다. 1년당 6%씩 최대 30%까지 감액된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한 인원 90만9088명 중 53.3%는 전체 소득 평균(A값, 298만9237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분연금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미래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에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퇴직 후 소득 공백 구간을 메울 수 있도록 연금 수령액의 일정 비율을 미리 당겨 받을 수 있게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이다. 독일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령액의 30∼60%를 조기 수급할 수 있어 고령층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부족한 근로소득을 부분연금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는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노후 빈곤 해소 측면에 있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금 소득 공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정년 연장은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연금 줄 돈이 부족하니 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적절치 않다. 일을 한다고 해도 질 낮은 일자리가 대다수라,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부분연금제 도입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자칫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도록 권장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많은 가입자들이 앞당겨 받을 경우, 노후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추후 공공부조로 지출하는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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