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정반대…이재명이 그리는 복지 로드맵 ‘기본사회’ [이재명 정부]

尹과 정반대…이재명이 그리는 복지 로드맵 ‘기본사회’ [이재명 정부]

기사승인 2025-06-05 06:00:09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이 보장되는 나라, 두터운 사회 안전 매트로 위험한 도전이 가능한 나라여야 혁신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합니다.”  

4일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 새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는 ‘보편 복지’다. 이는 전임 정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약자 복지’ 기조와는 정반대다. 윤 정부는 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복지’에 방점을 찍고 지원을 집중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기존 기본소득에서 확장된 개념인 ‘기본사회’ 구현이 목표다.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출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주기에 맞춰 의료, 돌봄, 주거,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해 복지의 국가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다. 

“무상교복,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 정책이 시민의 삶 채웠다.”(6월2일, 성남주민교회 앞 기자회견)

이 대통령이 행정가로서 주목받은 대표적 정책은 ‘3대 무상복지 사업’이다. 그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3대 무상복지 정책으로 불리는 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모든 중고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산모를 위한 공공산후조리원을 세웠다. 만 24세 청년들에게 1명당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성남 복지사업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를 ‘기본 시리즈’로 명명하며 이 대통령의 대표적 브랜드가 됐다. 

“국민의 기본적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5월22일, 페이스북)

이 대통령이 보편복지 사업을 기반으로 대권주자로 부상한 만큼, 새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도 국가 책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지난 20대 대선 당시 약속했던 ‘국민 보편 기본소득 연 100만원 지급’은 이번 21대 대선 공약에서 빠졌다. 직접적 소득분배 정책을 제외하는 대신 생애주기별 정부 지원을 강화해 기본사회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동과 관련해서는 아동수당 단계적 확대를 약속했다. 아동수당을 만 18세까지 월 20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현재는 0~7세에게 월 1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는 2개로 제한된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빈곤층 제로’ 사회 실현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고, 생계급여 자격 기준과 보장 수준을 순차적으로 상향한다. 

특히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간병 부담을 가계로 돌리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하루 간병비는 12~15만원 수준에 달한다. 

‘돌봄 기본사회’ 추진도 천명했다. 돌봄을 가족과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을 고도화해, 누구나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며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양질의 돌봄 일자리를 확대하고,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고도 밝혔다. 

‘외로움 대응’ 정책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담할 차관을 지정해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 1인 가구 등 주요 계층별 맞춤형 대응 정책을 수립한다. 사회적 고립 해소, 정신건강 상담, 응급상황 대응기기 보급, 자립생활 인프라 확충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의료쇼핑 지출 등을 통제하면 상당 정도의 재정 절감 가능할 것”(5월23일, 대선주자 2차 TV토론)

다만 이 대통령이 야심차게 띄운 기본사회 구상은 재원 확보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약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아동수당 지급 확대만 해도 연 평균 7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8세까지 확대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현재보다 약 24조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수당 금액을 20만원으로 올리려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71조7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에 드는 건보 재정 추정치는 연간 1~15조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복지 정책을 포함한 모든 공약을 이행하려면 205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D1 기준)이 202.5%까지 증가한다. 후보 당시 캠프 측 자체 계산상으로도 5년간 210조원이 더 든다.

재원 확보가 이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실손보험 등을 이용해 과도하게 비급여 진료를 받는 ‘의료 쇼핑’을 개선해 건보 재정 부담을 해소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TV토론에서 의료 쇼핑을 예로 들면서 “경증이고, 간단하게 진료할 수 있는 데도 무제한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부분에 대해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통제하면 상당 정도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필요한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안은 없다. 이재명 후보의 신기루 같은 기본사회라는 ‘유토피아’는 도리어 국민 삶의 질을 추락시키는 ‘디스토피아’를 초래할 것”이라며 “망국적 포퓰리즘 공약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