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신청 증권사 ‘노심초사’...당국, 인가 심사 중단?

발행어음 신청 증권사 ‘노심초사’...당국, 인가 심사 중단?

금융당국 “진행 중인 사안 공개 불가”...증권사 “그저 기다릴뿐”
어수선한 증권가...‘희망 버리지 않았지만 불안’ 
사법리스크·내부통제리스크 여파

기사승인 2025-07-26 06:00:07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곳의 증권사 중 4곳에 대해 최근 금융위원회에 심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4년 만에 인가 신청이 이뤄진 데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도 맞물려 증권사들은 승인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확답을 피하면서 증권사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발행 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삼성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 5개사는 심사 중단과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입장을 전달받지 못 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최근 열린 금융위 안건심사 소위원회(안건소위)에 키움증권을 제외한 삼성·신한투자·메리츠·하나증권 4곳에 대한 심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자체 신용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이를 증권사(브로커)에 매각하는 구조다. 자기자본 대비 2배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의 폭이 넓어지고, 내년부턴 인가 요건이 크게 강화돼 이들 증권사들은 연내 인가에 사활을 걸었다.

어수선한 증권가...‘희망 버리지 않았지만 불안’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의 결정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여전히 승인에 희망을 걸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다시 준비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업 인가 신청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증권사도 진행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금융위에서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결정을 하기 위해 승인 신청 인가를 미뤄뒀다는 쪽으로 분위가 형성되면서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논의가 깊어지면서 오는 9월로 예정된 결정일이 조금 미뤄질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인가 여부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보통 심사가 중단되면 6개월 간격으로 재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교육을 실시하며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금감원의 심사 중단 요청 리스트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업 신청 부분은 예민한 사항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현재 심사인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감원공보실 관계자는 “주요 사안이다 보니 해당 부서에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고 담당부서인 자본시장 감독국 담당자들은 아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사법리스크·내부통제리스크 여파 

금융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 △전산 리스크 대응 능력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 △이해상충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심사 중단 사유는 이들 증권사의 사법리스크와 내부통제 이슈다.

삼성증권은 2017년 이미 초대형IB로 선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등의 문제로 지금까지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진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 법적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지난 17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아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상황이 조금 바뀐 상태다.

키움증권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집사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대주주적격성 문제가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 전자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엔 합병비율 오류로 인한 주식 초과 지급, 5월엔 미국주식 주문 체결 지연 사건이 터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임직원 2명이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을 낸 것과 관련해 지난달 1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나증권은 지난 2월 채권형 랩어카운트 신탁 돌려막기로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