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량은 늘려주면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약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HM17321’ 임상시험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위장관 부작용이나 근육 손실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20~24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인공지능시스템분자생물학회 유럽 컨퍼런스(ISMB/ECCB) 2025’에서 HM17321(LA-UCN2)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HM17321은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약물이다. 이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를 타깃하는 기존 비만치료제와는 다른 기전이다. HM17321는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 2 유사체로, 체중 감량과 동시에 근육량 증가를 유도한다.
특히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는 15~20% 수준의 효과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 수준이 근육 손실에 기인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약물 중단 시 기초 대사량 감소, 지방 재축적(요요 현상)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한미약품의 ‘HM17321’가 근육량 증가를 유도하면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발표된 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HM17321은 위고비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체지방량과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차별성이 확인됐다. 비임상 결과 근육 증가 효과가 운동 능력, 기초대사량, 혈당 조절 등을 유도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번 인공지능시스템분자생물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는 동물실험에서 입증한 HM17321의 효능이 인체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HM17321을 투약한 동물 혈액 속 단백체와 다양한 질병이나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 혈액 속 단백체를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HM17321이 ‘지방량이 적고 제지방량이 많으며 악력이 높은 사람’의 단백체 특성과 유사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계 최초로 근육량 증가를 실현하는 비만약의 사람 대상 임상 진입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넘어설 만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한미약품은 차별화된 기술로 시장 판도를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암젠은 지난해 경구용 비만약 임상시험을 중단했고, 화이자도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을 투여한 환자에게 간 손상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시험에 제동이 걸렸다. 로슈는 지난달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 2023년 카못 테라퓨틱스로부터 인수한 비만약 5개 중 1개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본지에 “근감소성 비만, 고령층 비만, 운동기능 저하 환자군 등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펩타이드 기반 물질로 개발된 만큼 항체 모달리티 기반 근육 보전 치료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