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초고령화 심각…65%는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 없다”

장애인 초고령화 심각…65%는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 없다”

기사승인 2025-11-03 18:06:48
2025 장애인통계연보.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등록장애인의 55%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건강 위험과 사회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3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5 장애통계연보’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보는 장애 인구, 건강 및 보건, 가족, 주거 등 장애인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13개 대분류 통계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63만1356명으로 전체 인구(5121만7221명) 대비 5.1%를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1906명 줄었다. 다만 6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은 145만5782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55.3%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고령화 수준(20%)보다 35.3%p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58만7910명, 서울 38만6316명으로 많았다.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은 전남 7.5%, 전북 7.4%, 경북 7.0% 순으로 높았다. 장애 유형은 지체 장애가 43.0%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청각장애(16.8%), 시각장애(9.4%), 뇌병변장애(8.9%), 지적장애(8.9%)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58.0%)이 여성(42.0%)보다 많았다.

특히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등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 정도가 비장애인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히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장애인 65.6%, 비장애인 48.1%로 집계됐다. 또한 장애인 3명 중 1명(33.3%)는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고, 비장애인의 응답률은 19.5%에 그쳤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장애인 30.0%, 비장애인 25.8%로 나타나 장애인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65세 미만 연령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사회적 고립 비율 차이는 경제적 도움 부재 19.5%p, 대화 상대 부재 14.2%p, 집안일 도움 부재 6.1%p로 각각 고령 장애인이 고령 비장애인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정신건강 부문에서는 장애인 5명 중 1명(19.8%)이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 장애 유형별로는 뇌전증장애(35.2%)가 가장 높았고, 이어 정신장애(34.5%), 뇌병변장애(26.8%), 언어장애(26.1%)가 뒤를 이었다. 여성(23.4%)이 남성(17.7%)보다 우울 증상을 더 많이 호소했다.

장애인 건강 관련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 기준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한 가지 이상 가진 비율이 82.4%에 달했으며 3~5개 요인을 동시에 가진 비율도 33.7%나 됐다. 주요 위험 요인은 높은 혈당(54.4%), 높은 혈압(49.9%), 복부 비만(35.7%) 순이었다. 성별 간 건강 격차도 존재했는데, 여성 장애인의 대사증후군 비율은 남성보다 6.8%p 높았다. 신체 활동 부족도 주요 건강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10명 중 7명(73.5%) 이상은 근력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고강도 신체활동 ‘없음’은 68.2%, 중강도 활동 ‘없음’은 40.8%로 조사됐다.

아울러 장애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높고,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장애인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은 28%로 비장애인 가구(16.7%)보다 11.3%p 높았다. RIR이 20%를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과중하다고 평가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3.8%로 전체 가구(3.6%)보다 소폭 높았다. 장애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주거 지원으로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22.4%)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월세 보조금 지원(18.2%), 주택 개량·개보수 지원(17.8%)이 뒤따랐다.

이경혜 개발원 원장은 “건강위험 요인과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장애인의 삶이 신체적·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신체활동 확대, 건강관리, 관계망 지원이 결합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