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실내 중금속,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악화시킨다

[쿠키과학] 실내 중금속,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악화시킨다

전남대, 실내 공기 중금속 반려견 피부염 악화 메커니즘 규명
미세먼지 높을수록 털 속 납 농도, 피부염 중증도 동반 증가
기준치 이내 중금속도 장기 노출 시 면역계 손상, 피부 염증 유발

기사승인 2025-11-12 15:33:56
중금속 저노출군과 고노출군 간의 면역학적 지표(IgE) 비교. 각 중금속별 저노출군과 고노출군 간의 아토피피부염 면역학적 바이오마커인 IgE 농도를 비교한 결과, 각 중금속의 고노출군에서 유의하게 높은 IgE 수치가 확인됐다. 한국연구재단

국내 반려견 중 상당수가 실내에서 지내며, 최근 아토피피부염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내에 떠다니는 중금속이 반려견의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에 섞인 중금속이 피부염 악화

한국연구재단은 전남대 수의학과 김하정 교수팀이 반려견 털 속 중금속 농도가 높을수록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선행연구에서 실내 미세먼지와 곰팡이독소의 농도가 높을수록 반려견의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확인하고, 실내 환경 유해 인자에 해당하는 중금속 역시 반려동물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전남대 동물병원에 내원한 반려견 중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77마리와 건강한 대조군 50마리를 대상으로 실내 공기질과 피부 상태를 함께 조사했다. 

이들 반려견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설문지, 실내 공기질 분석 등 실내 환경조사와 더불어 피부 임상증상 평가, 혈중 알레르기 염증 관련 바이오마커 분석을 실시하고, 털 속 중금속 농도를 함께 측정했다. 

특히 반려견 생활공간에 공기질 측정기를 설치해 48시간 동안 미세먼지(PM2.5, PM10), 이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을 측정하고, 털을 채취해 납, 카드뮴 등 중금속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실내 중금속 농도는 환경 기준치 이내였지만,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반려견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털 속 중금속이 함께 증가했다.

이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의 염증지수(CADESI), 가려움 정도(PVAS), 수분 손실량(TEWL) 등이 모두 악화됐다. 

이는 미세먼지가 중금속을 운반해 반려견의 피부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으로, 사람의 알레르기 질환에서 알려진 환경독성물질과 피부염의 연관성을 반려동물에서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납, 카드뮴, 수은 등의 중금속은 매연, 낡은 수도관, 오래된 페인트나 금속 제품, 담배연기 등을 통해 유입될 수 있다. 

중금속이 체내에 쌓이면 신경계와 면역계에 손상을 주고 피부 장벽을 약화시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연구는 중금속의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반려견의 피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제 연구팀은 보호자의 협조를 받아 주거환경 설문을 실시하고, 반려견이 주로 머무는 공간에 직접 측정 장비를 설치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사람과 동물이 공유하는 실내 환경의 건강 위험을 규명한 ‘원헬스(One Health)’ 관련 성과로, 환경 개선이 반려견뿐 아니라 사람의 알레르기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금속이 반려견의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향후 중금속, 곰팡이 독소, 미세먼지 등 다양한 실내 오염 물질이 유전자 발현과 면역 반응에 미치는 후성유전학적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Aller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Heavy Metals as Key Environmental Aggravators in Atopic Dermatitis in Companion Dogs: A One Health Perspective / 교신저자: 김하정(전남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제1저자: 한정우(전남대학교 석사과정) / 제2저자: 차희우 / 공동저자: 엄유진(와이에스환경기술연구원), 김성진(전남대학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