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달 거주지역 탐사 가능하다'… 세계 최초 달 피트·용암동굴 주행용 바퀴 개발

[쿠키과학] '달 거주지역 탐사 가능하다'… 세계 최초 달 피트·용암동굴 주행용 바퀴 개발

KAIST-천문연-항우연-㈜무인탐사연구소-한양대 공동연구
종이접기 착안한 접으면 23㎝, 펼치면 50㎝ 에어리스 휠
달 극한 환경 주행 검증, 장기 거주지 후보 탐사 기술 확보

기사승인 2025-12-18 12:52:35
인공월면토, 극한온도, 진흙, 암반 등 다향한 환경에서 주행성능을 시험 중인 전개형 에어리스 휠. KAIST

달 표면의 피트(Pit)와 용암동굴에 진입할 수 있는 전개형 바퀴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피트는 달 지형이 붕괴돼 생긴 깊은 구멍이고, 용암동굴은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지하 공간이다. 

이곳은 극심한 온도 변화와 우주 방사선을 피할 수 있어 장기 달 거주지 후보로 최적이고, 태양계 초기 지질기록도 보존된 과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입구가 가파르고 낙하 위험이 커 지금까지 탐사가 어려웠다.

종이접기 구조로 만든 전개형 에어리스 휠

KAIST,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무인탐사연구소, 한양대 공동연구팀은 달의 피트(Pit)와 용암동굴에 진입할 수 있는 전개형 에어리스 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달 피트에 대형 로버에서 소형 로버를 내려보내는 방식을 구상했지만, 소형 로버는 바퀴 크기와 구조 한계로 충분한 기동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기존 가변형 바퀴도 달의 날카로운 먼지와 낮과 밤의 큰 온도 차로 생기는 냉간 용접 현상 때문에 실제 적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기계장치 대신 종이접기 오리가미 구조와 소프트 로봇 기술을 결합, 다빈치 다리처럼 서로 맞물려 지탱하는 구조를 응용해 탄성이 좋은 금속판을 접고 펼치는 방식으로 바퀴를 만들었다. 

다빈치 다리와 비교한 전개 가변형 휠 설계 원리. 접착제 없이 건설이 가능한 다빈치 다리와 같이 교차 얽힘 구조를 이용하여 힌지 및 접착 없이도 전개 변형과 형상 유지 모두가 가능하다. KAIST

이 전개형 에어리스 휠은 경첩이나 공기주입 장치가 없고, 접었을 때 지름 23㎝, 펼치면 최대 50㎝까지 커져 소형 로버도 큰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 월면토, 진흙, 암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시험을 진행한 결과 달 흙을 모사한 지면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했고, 달 중력 조건을 고려해 100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형태와 기능을 유지했다. 

또 달의 낮과 밤 온도 차가 약 300℃에 이르는 극한 환경을 반영한 열 해석으로 구조 안정성도 확인했다.

인공월면토, 극한온도, 진흙, 암반 등 다향한 환경에서 주행성능을 시험 중인 전개형 에어리스 휠. KAIST

이대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전개형 에어리스 휠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달 피트와 용암동굴 진입 문제에 세계 최초로 해답을 제시한 기술”이라며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독자 달 탐사 시대를 선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채경 천문연 센터장은 “달 피트와 용암동굴은 과학 탐사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이번 성과는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기술적 장벽을 낮춘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장종태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개발한 에어리스 휠은 일교차가 300℃에 이르는 달의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해 실제 달 환경을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이성빈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조남석 KAIST 주무인탐사연구소 대표가 공동 제1저자로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12월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Soft Deployable Airless Wheel for Lunar Lava Tube In-tact Exploration, DOI: 10.1126/scirobotics.adx2549)

전개형 에어리스 휠을 개발한 연구팀.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