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데 대해 삼성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대법원까지 이어질 장기 공방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 30분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횡령 등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의 1심 선고를 내렸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 등 5개 주요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최순실씨 측에 제공된 승마 지원금 77억여원 중 72억원이 회사 자금으로 조성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최씨의 독일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대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도 뇌물로 인정됐다. 특검이 지원 약속 금액으로 내세운 213억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이 자본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자금의 국외 재산 도피 혐의와 이재용 부회장의 국회 위증 혐의도 받아들여졌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에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고 일련의 뇌물 공여는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등이 양형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유죄가 선고된 모든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할 것이며 상고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즉각 불복 의사를 밝혔다.

삼성 관계자들 역시 변호인단에서 밝힌 내용 외에는 “따로 할 말이 없다. 앞으로 항소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억울한 죄명’을 벗겨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기존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법정 공방 자체는 대법원까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반면, 특검 역시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등법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양측이 받아들일 수 없어 상고심을 통해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소 시점부터 지속 제기돼온 경영 부담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 관계자도 “최근의 실적 호조가 과거 장기적 안목으로 이뤄진 투자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리더십 부재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적잖이 걱정이다”며 앞날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투자 결정 외에도 과거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임원인사 또는 비주력 계열사 정리와 같은 사업 재편 움직임까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시점부터 정체된 상태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가 인정된 데 따라 해외에서 부패방지법 등에 따른 거액의 벌금 또는 사업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도 지속 제기돼 왔다. 이 부회장이 지난 4월 그간 활동해온 이탈리아 엑소르 이사회 자리에서 교체된 것과 같은 해외 경영 활동에 제약도 예상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발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에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삼성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구조가 없어진 상태에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