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격 계속 올리는데...봉 된 한국 소비자들

명품 가격 계속 올리는데...봉 된 한국 소비자들

샤넬·루이비통 가격 올려…웨딩시즌 앞두고 가격 인상

기사승인 2018-05-09 05:00:00


샤넬이 결혼 성수기를 맞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1년 사이 네 번째 인상이다. 얼마 전 루이뷔통의 가격 인상에 이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샤넬 가방과 신발의 가격은 15일부터 약 11% 오른다. 샤넬은 올 초 화장품 가격을 2~3% 인상한 바 있다. 패션 및 잡화 제품은 지난해 5월과 9월, 11월 등 세 차례 올렸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코코핸들 미디엄 리자드'의 가격을 476만원에서 615만원으로 무려 29% 올리는 등 30~40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클래식 라인과 보이샤넬 라인도 최대 13%, 5% 인상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생산비가 오르다 보니 가격이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루이비통도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지난 2월과 3월 잇따라 국내 제품가를 인상하고 면세점 가격도 추가로 인상했다. 

루이비통 제품 중 가장 인상폭이 컸던 제품은 '클루니 BB(모노그램)'으로 224만원에서 238만원으로 6.25% 올랐다. 루이비통은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에르메스도 올해 1월 가격을 올렸다. 구찌도 지난해 9월 지갑, 신발 등 제품 평균 가격을 7%가량 올렸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명품 브랜드들이 콧대를 높이는데도 소비자들의 소비가 식을 줄 몰라 속수무책이다.

특히 웨딩시즌 혼수시즌에 제품이 많이 팔리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품이 소량으로만 들어오는 탓에 대기를 서기도 한다. 

실제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프랑스금융그룹 BNP파리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루이비통 가격이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비싸다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대략 14조원으로 세계 8위에 달한다. 

박은경(33·여·직장인)씨도 "주위를 둘러보면 명품백은 큰 돈이 들어가는 결혼식 전후에 많이 구입하는데, 명품 업체들이 이를 알고 가격을 자꾸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현(29·여·취업준비생)씨는 "한국 소비자들이 가격을 올려도 사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명품 매장이 있어야 대접받는 풍토가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에도 '갑'이다. 명품이 입점해 있는 것만으로도 백화점의 구색이 갖춰지기 때문에 백화점도 명품 브랜드에는 수수료를 거의 붙이지 않거나 가격 정책에 대해 간섭하지 못한다. 

이 브랜드들은 높은 몸값으로 리뉴얼 비용을 백화점 측에 떠넘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례로 몇 년 전 모 백화점은 샤넬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4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에서 가격을 올리는데도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에 팔린다"며 "웨딩시즌을 앞두고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면서도 정작 자사 직원들은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샤넬은 판매직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 0.6%를 맞춰주지 않아 한동안 노조파업을 겪기도 했다.

샤넬코리아 노조는 노조 조합원을 회유하고 연봉인상을 해준다며 탈퇴를 권유한 정황을 알게 되어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기도 했다. 샤넬은 지난달 19일에야 노조와 임금협상에 대한 최종협의를 타결하고 임직원 복지 등을 약속했다. 

명품업체 P사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생각보다 명품 업체들이 직원 인건비를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며 "명품이라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샤넬 관계자는 "이번 인상은 임금인상률과는 상관 없이 원자재가격이 오르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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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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