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계열사에게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이 함께 모여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는 17일 롯데로부터 당한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 대표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갑질 사례를 발표했다. 또한 정의당 내에 롯데갑질신고센터를 개소하고 더 많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받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들은 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상사 납품업체인 신화유통, 성선청과 가나안RPC, 롯데건설 하청업체인 아하엠텍,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아리아 등이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롯데는 수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횡포를 이어 왔다. 원가 이하의 납품 요구, 물류비·인건비 떠넘기기는 물론 납품업체 몰래 과다한 판매수수료를 책정해 떼가는가 하면 중소기업에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했다가 슬그머니 설립 비용을 떠넘기기도 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매장을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강제 철수시키고 매장의 금고를 강제로 열어 돈을 갈취해가기도 했다.
이들은 갑질에 대해 피해 업체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롯데 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롯데마트에 육류를 납품했던 (주)신화의 윤형철 대표는 “롯데 측에서는 동반성장팀 직원이 만나 회유하더니 거액을 들여 대형로펌 2곳에 사건을 맡겨 공정위 절차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화는 롯데마트가 원가보다 싼 납품단가를 요구하는 등 갑질로 법정관리 상태에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의 갑질을 신고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지점에 레스토랑 매장을 운영했다가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매장을 강제 철수당했다고 주장하는 아리아의 류근보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횡포를 알리는 1인시위를 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며 “검찰에서는 주장한 사실이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들은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으로 갔을 때 발생했다. 롯데건설과 하도급계약을 맺고 현대제철 화성공장 공사를 수주했던 아하엠텍은 당초 약속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더 적은 금액을 지급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는 “대형로펌 중에 유일하게 수임해줬던 김앤장은 롯데 ‘형제의 난’ 사건에서 형제 중 한 쪽의 사건을 수임하더니 아하엠텍 사건 수임 변호사를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해임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공정위 조사관의 보고서에서는 ‘113억원의 미납대금을 지급할 것, 롯데건설에 과징금 32억원과 벌점 3점 부과’ 등의 처분 내용을 명시했다가 최종 심결에서 대부분 무혐의 또는 경고 처분으로 뒤바뀐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외에 성선청과는 롯데 측이 빈번하게 원가보다 싼 납품단가를 요구하고 수수료를 임의 책정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한국공정거래원에서 분쟁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가나안RPC는 롯데 측이 약속했던 것보다 쌀을 적게 매입하고 기존 거래업체를 통해 납품하도록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금결제 책임을 방기했다는 입장이다.
추혜선 의원은 “롯데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개혁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엄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이미 종결된 사건도 다시 검토하고 제도 상의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체들의 주장 중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공정거래조정원 등을 통해 분쟁 해결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