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지민에게 만우절이란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설레는 날이다. 진심을 거짓말처럼 고백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박지민이 2년 만에 내는 새 앨범 ‘지민엑스재미’(jiminxjamie)는 만우절과 닮았다. 22살 박지민의 가장 솔직한 속내를 거짓말처럼 매력적인 음악에 녹여낸 덕분이다.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서울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민은 해외에서 보냈던 만우절을 떠올리며 타이틀곡 ‘에이프릴 풀즈’(April Fools)를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하루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것.
“유년기를 외국에서 보내면서, 만우절을 조금 특별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만우절은 진심을 가장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날인 동시에 가장 잘 숨길 수 있는 날이기도 하죠. 고백을 하고 거절당하면 ‘장난이었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반응이 괜찮으면 그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제 경험담이냐고요? 그건 ‘노코멘트’ 하고 싶어요.(웃음)”
박지민은 2016년 8월 미니앨범 ‘19에서 20’을 낸 이후 좀처럼 신곡을 내지 않았다. 팬들이 ‘기다림에 익숙해졌다’고 말할 정도. 박지민은 그런 팬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지만, 쉽게 앨범을 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를 직접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과 작업실만 오갔어요. 또래 친구들과 만든 크루 몰라(M.O.L.A) 활동도 꾸준히 했고요. 크루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사·작곡을 하게 됐어요. 사실 2년 동안 꽤 많은 곡들을 회사에 보냈는데, 박진영 프로듀서가 항상 조금씩 아쉬워하셨어요. 저에게 늘 ‘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해주셨죠.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인 고민이 점점 많아졌어요. 제가 쓰는 곡들은 너무 팝 같다거나, 한국에선 하기 힘든 음악이란 이야길 많이 들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중성을 어떻게 녹여낼지가 지난 2년간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 끝에 탄생한 노래가 ‘에이프릴 풀즈’다. 뮤지션 박지민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성 사이 어느 정도 교집합을 찾아낸 셈이다. 박지민은 “이 노래를 들은 박진영 프로듀서가 전화해 ‘수고했다. 드디어 타이틀곡이 나온 것 같다’고 말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귀띔했다.
“앨범을 준비하는 지난 한 달 동안 박진영 프로듀서님과 가장 많이, 가장 자주 통화했어요. 음악, 뮤직비디오부터 의상, 헤어 콘셉트까지 박진영 프로듀서가 마치 자신의 앨범처럼 신경 써주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잡아주셨죠.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은 걸 배웠고요.”
앨범 4번 트랙 ‘전화받아’도 눈에 띄는 수록곡이다. 지난 2년간 지민의 음악적 고민을 함께 나눠준 크루 멤버들과 함께 작업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작사·작곡 크레딧에 크루 멤버인 박지민, 네이슨, 우즈, 펜타곤 키노, 세븐틴 버논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지민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노는 것처럼 작업했다”며 “친구들이 너무 전화를 안 받아서 그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봤다”고 웃음을 지었다. 2번 트랙 ‘뭐니’는 박지민이 타이틀을 염두에 두고 쓴 노래로 ‘너의 마음은 뭐니’ 등 강렬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감각적인 음악과 파격적인 뮤직비디오, 그리고 낯선 피어싱까지 ‘지민엑스재미’의 박지민은 지금껏 보아온 박지민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박지민은 적당한 시기에 맞춰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에 관해 “가볍고 시원하다”라는 소감을 털어놨다.
“어느 정도 정해진 제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적절한 시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언제 그때가 올까 기다렸는데, ‘에이프릴 풀즈’가 그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이 노래를 쓰면서 알았죠.”
박지민은 4일 오후 6시 두 번째 디지털 미니앨범 ‘지민엑스재미’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