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의 국내 장악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OTT가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웨이브’가 지목됐다.
김용배 한국콘텐츠연합플랫폼 부장은 23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 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9월 18일 출시를 앞둔 통합OTT 웨이브의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김 부장은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16년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될 당시 ‘찻잔속 태풍’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근 1년간 192%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SVOD(유료 구독형) 시장을 접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입은 제작 투자와 유통 활성화, 제작사 역량 상승, 글로벌 유통 판로 확보 등의 순기능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의존도를 심화하고 제작사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다양성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 독점에 대응하고자 생겨난 것이 바로 ‘웨이브(WAVVE)’다.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통합 OTT ‘푹(POOQ)’ 통합법인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9월 18일 국내 최대 통합 OTT 웨이브가 출범한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제작 역량, SK텔레콤의 마케팅 능력, 2000억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FI)가 힘을 합쳐 토종 OTT의 힘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웨이브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요금제를 단순하게 하고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처음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아직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은 “기존의 푹은 화질, 동시접속, 제휴 상품 등에 따라 여러 요금제를 만들다보니 수십가지의 상품이 있었만, 웨이브는 3개의 상품 정도로 단순화할 예정”이라며 “웨이브에는 기존 푹에 없었던 해외드라마, 영화, 프로야구 등의 e-스포츠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보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넷플릭스의 ‘킹덤’처럼 제작비가 100억이 넘게 제작에 투자해 아직 100만명 정도 가입자에 불과한 통합OTT에만 독점 제공하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향후 400~500만명 정도로 가입자가 늘어난 이후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OTT 관련 국내 규제에 대해서도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세금, 망 이용대가 같은 역차별 문제를 정책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OTT를 유료방송과 유사한 규제를 통해 형평성을 추구하려면 OTT가 국내 IPTV나 케이블을 얼마나 대체하고 있는지 등 데이터가 먼저 입증이 되고, 그걸 기반으로 규제수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