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던 정부의 연말 특별사면을 두고 여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이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27일 2023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으로 오는 2028년 5월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날 정치인·공직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8일 자로 사면된다.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은 지난 8·15 광복절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다.
이번 특별사면 명단에는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경남지사 외에 광복절 특사 때 제외됐던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다.
법무부는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라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 벌금 180억원·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다. 그 후 1년 8개월을 복역했다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됐고 이번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남은 15년의 형과 미납분 벌금 82억원이 면제된다.
이에 야권에선 반발이 거세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내 맘대로’ 사면”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부패한 범죄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과 복권, 82억원의 벌금 면제라는 선물을 베풀었다”며 “이게 윤 대통령이 입이 닳도록 강조한 공정과 상식이냐”고 반문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또한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 구속해놓고 대통령이 돼서 사면했다”며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뒤엎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질타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 시각으로 보는 민주당이 개탄스럽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노동계, 시민단체 등 소위 ‘내 식구 중심’으로 사면을 강행하는 게 자신들이 말하는 올바른 사면이라는 것인가”라며 “사면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 갈등이 심화하며 사면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사면 대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것을 놓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뤄진 사면”이라고 힐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전직 대통령 등 정치인 사면에 대해 “거대정당끼리 특권을 나눠 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가 동시에 사면되면서 이 같은 지적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에 대해서는 ‘사면 불원서’까지 제출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인 게 황당하다며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같은 무게로 두는 것이 모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