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당협) 42곳의 조직위원장 인선이 확정되면서 ‘비윤 솎아내기’를 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이준석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발탁됐기 때문인데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9일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보고한 조직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조강특위는 68곳의 사고 당협에 지원한 295명 후보자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는데요. 26곳은 공석으로 뒀고 42곳의 조직위원장을 임명한 것입니다.
조직위원장은 통상 해당 지역구에서 지역 당 조직의 의결을 거쳐 당협위원장이 됩니다. 당협위원장은 보통 현역 지역구 의원이 맡는 만큼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합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총선 경쟁이 시작된 거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에 “당협위원장은 쉽게 말해 대리점 사장의 역할”이라며 “국민과 나라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향후 총선에서도 유리한 역할을 선점할 수 있다. 조직위원장은 당협위원장으로 가는 길이라서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 검사 출신이 다수 포함된 것과 현재 비대위원들이 임명된 것에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하에서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이번 인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대신 부장검사 출신인 김경진 전 의원이 뽑혔는데요. 김 전 의원은 윤석열 대선캠프 당시 공보특보단장을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인천 동구미추홀갑 조직위원장에는 특수통 검사 출신인 심재돈 변호사가 임명됐습니다. 심 변호사는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 등을 거쳤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 서울고검 공판송무부장을 맡았던 최기식 변호사도 경기 의왕·과천 지역구의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서울 강동갑에는 비대위원인 전주혜 의원이, 경기 고양병에는 김종혁 비대위원이 선임됐습니다. 이 때문에 ‘셀프 인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김종혁 비대위원은 ‘비윤 솎아내기’라는 지적에 “과장”이라며 해당 논란을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26개 지역구는 공석으로 남겨졌는데요. 해당 지역구들에 대통령실 등 친윤계 인사들을 진출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이 비워졌기 때문이죠.
성남 분당을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웠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신청했는데 해당 지역구는 현재 공석입니다. 분당을에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이 총선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민의힘 조직위원장 인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1인이 독재하는 ‘대통령의 사당화’가 되는 것은 안 좋다. 정권의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질타했습니다.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서 불협화음이 있다는 지적에 “저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것이냐”고 상황을 맹비난했습니다.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김웅 의원 또한 SNS에서 “오직 친윤 호소뿐인 친윤 의원들에 비해 허 의원의 잘못은 권력에 아양 떨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죠.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도 ‘윤핵관’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 친윤, 비윤 논쟁하는 것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원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공동 선대위’를 발족해 함께 총선을 치르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조직위원장 인선이 가져온 파문은 2024년 총선까지 지속할 전망입니다. 당 내홍을 여러 차례 겪은 국민의힘이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의 갈등을 잠재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