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사 안할래요”…서이초 1주기, 희망 잃은 교사들 [교사 없는 교실①]

“참교사 안할래요”…서이초 1주기, 희망 잃은 교사들 [교사 없는 교실①]

기사승인 2024-07-17 06:04:01
지난해 여름,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교실을 정상화하자는 교사들의 외침으로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법안과 후속 정책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해 갈등을 조장하기도, 또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교권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쿠키뉴스는 서이초등학교 사건 1주기를 맞아 교권 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故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교실에 화환과 추모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 “늘 1년 계약직이라는 마음으로 삽니다” 8년차 교사 임모씨는 매일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학급 규칙을 어긴 학생에게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그는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참교사이길 포기했다”며 “교육자로서 이런 마음은 직무유기에 가깝겠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이초 사건,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간 추락한 교권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법과 정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조항’을 개정해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한 서울교사노동조합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은 교권 보호 법안 개정에도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시민 1000명과 서울 교사 1000명 등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9일 실시됐다.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됐음에도 현장 교사들은 교권 보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쿠키뉴스는 서이초 사건 1주기를 앞두고 저연차 교사들에게 교직생활 및 교권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임모(35)교사는 지난해 잇따른 동료 교사들의 사망 소식에 태업을 시작했다. 그는 교사로서 소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의 교육에 힘쓰기보다는 적당히 넘기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임씨는 “최근 체험학습을 쓰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학생 학부모가 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왜 우리 아이가 없을 때만 재미있는 수업을 하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황당한 일을 겪을 때마다 ‘열심히 하면 나만 힘들다’ ‘나는 방관형 교사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저연차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직업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한다. 법 개정에도 교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은 아직 그대로기 때문이다. 3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25)교사는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업무 중 외부와 마찰이 발생하면 회사 차원에서 보호해주지 않느냐”며 “교사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인데 이상하게 교육부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故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교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학교폭력에서 교사는 중재하고 지도하는 역할만 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5년차 교사 이모(30)교사는 “서이초 선생님이 경험한 일이 남일 같지 않다”며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싸우기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까지였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양쪽 부모님께 연락하고, 또 그 부모님들의 감정을 다 받아내고 나면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뒤탈 없게 하려고 전화 돌리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교권을 보호하고 교육주체들의 화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행위’ 개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모 교사는 “사실상 현재 아동학대로 신고 또는 고소가 되는 교사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 기분상해죄’”라며 “조항이 애매하다보니 뭐든 정서적 학대로 걸 수 있는 부분이다. 교육활동에서 위축되고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모 교사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는 기준이 모호하기에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하는 것 같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교사들도 교권 추락의 원인을 아동학대법 관련 무고 처벌이나 벌금 등 없어서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모 교사의 의견이다. 이씨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발)으로도 아동학대가 들어오니 긁어 부스럼이 될 만한 일은 안 적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장점 외에도 단점과 개선방향 그리고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 적어줘야 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법 개정은 교사들이 학생 위에 군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 개정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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