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에서 3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김모(40)씨는 “얼마 전부터 근처에 편의점이 생겨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경 100m 이내 바로 정면에 다른 브랜드의 점포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 동안 김씨의 편의점은 한 달 평균 수익 300만원에서 약 70만원 정도가 줄었다.
요즘 유통가에서 속된 말로 편의점 본사만 잘된다는 말이 있다. 한 블록 건너 편의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익은 편의점 본사만 보고, 가맹점주들은 출혈경쟁에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상황이다. 나날이 번창하는 편의점 본사에 비해 점주들은 뼈골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편의점 수는 3만개를 돌파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1만 106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1만40개로 나란히 1만 점포 시대를 열었다. 세븐일레븐은 8227개 점포다. 매출 측면에서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을 비교해 보면 CU와 GS25가 4조원대, 세븐일레븐은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점포수가 늘면서 개별 가맹점주들은 신음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가 지난 2011년 2300여명에서 올해 1900명으로 줄었다. 한 점포당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인구 대비 2500명 당 점포수가 1개 정도다. 그동안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브랜드력을 키우며 편의점 본사는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가맹점주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종열 가맹거래사는 “편의점은 상품구성이나 이벤트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거리제한 없이 출점하면서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어디에 출점해도 이익이 나고 있는 구조”며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 배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월부터 2개월 동안 과거에 편의점을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1%가 편의점 운영에 만족하지 않았다. 계약기간 종료 후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도 95.3%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편의점 운영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낮은 수익과 본사에 지불하는 과다한 로열티 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 윤철한 국장은 “편의점 본사의 이익금 조정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타 프랜차이즈에 비해 매출 대비 수수료가 높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