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실패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유네스코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위안부 기록물 등재 보류 결정을 알렸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유네스코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일본이 유네스코의 위안부 기록물 등재 여부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심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는 분담금 때문입니다. 유네스코는 사무국 운영과 사업 집행 등에 필요한 예산을 195개 회원국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할당된 분담금은 회원국 가운데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22%로 가장 많습니다. 일본은 9.68%로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현재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습니다. 일본 측은 분담금 납부를 미루는 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국제기구에 내는 모든 분담금과 기부금을 두고 종합적인 판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네스코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분담금 납부를 미룬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죠.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2015년 ‘난징(南京) 대학살’ 자료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자 일본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일본 측은 “당사자 간 이견이 있는 사안이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 심사를 할 경우, 신청 주체뿐 아니라 다른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유네스코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이 같은 입장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마감이 연장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2개월 후 마감 재개를 앞두고 일본과 미국의 일부 시민단체는 한국 측 자료를 반박하는 ‘위안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등재 신청했습니다. 이는 위안부 운영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의 ‘갑질’을 지켜본 국제연대위원회는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막기 위해 도저히 문화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적 외교 행위를 해왔다”며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자국에 유리한 관계규정을 집요하게 요구하거나,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 ‘탈퇴하겠다’ 등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인·물적 자원을 강탈하는 등 국가적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전범 국가로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본의 성숙한 태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일일까요.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