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배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첫 진술이 나왔습니다. 검찰의 ‘댓글 공작’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검찰 조사에서 댓글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동시에 야권은 비난하는 온라인 정치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의 진술 내용을 볼까요. 그는 지난 2012년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 군무원 70여명을 선발하는 기준을 이 전 대통령이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준은 이렇습니다. ▲호남 지역 출신자는 서류심사에서 배제하거나 면접에서 최하점을 줄 것 ▲친정부 성향의 인원을 선출할 것 ▲지원자의 가족 가운데 진보성향의 인사가 있는 인원은 제외할 것 등입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문건은 이미 검찰이 확보했죠. 사이버사가 작성하고 김 전 장관이 서명한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보고서가 그것입니다. 보고서에는 ‘사이버사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 지시’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정치 공작을 벌였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측도 논란 대응에 나섰습니다. 9일 김 전 장관의 진술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죠. 이어 애꿎은 나라를 탓하기도 했는데요. 댓글 수사를 두고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면서 “온라인 여론조작이라는 개인의 일탈 행위가 있다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혹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 배후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B(이명박)맨’으로 불리던 원 전 원장은 매주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댓글과 트윗 게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을 지지하고 야당 정치인을 비방하는 사이버 활동을 해 국정원법이 금지하는 정치관여를 했다”며 “국가기관이 대규모 정치 관여와 선거 개입을 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론으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에게 지시해 여론을 통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전 원장은 인터넷 커뮤니티 혹은 SNS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목록 상단에서 내리거나 정부 시책 옹호글을 게재하는 등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여론은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MB가 정치 공작의 주범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밝히지 못한 진실이다” “검찰 수사 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수사가 적폐청산의 시작”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하고 있습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이 전 대통령이 불법 댓글 공장의 몸통”이라며 소환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죠.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에 파견갔던 일선 검사와 군 사이버사령부 관계자들이 줄소환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억울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발생했죠. 일부 관계자들은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지시받은 자가 있다면 명령을 내린 자도 있는 것이 상식입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국민은 지위고하를 막론, 객관적 사실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펼칠 검찰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