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넣기’라는 문화로 주목을 받는 게임이 있다. 라이언게임즈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서비스 하는 PC 온라인게임 ‘소울워커’다.
소매치기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는 소매넣기는 게임 내 이용자들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아이템을 선물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최근 신규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소울워커에서는 기존 이용자들이 이 같은 행위로 게임 서비스의 흥행을 돕고 있다.
소울워커 이용자들의 ‘선행’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스마일게이트와 라이언게임즈 직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각종 선물을 택배로 보냈고 사측은 쏟아지는 선물 중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기에 이른다.
미혼모자 세대를 지원하는 애란모자의집에 기부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울워커 이용자들은 이곳의 온라인 모금함에 직접 기부하기 시작했고 그 액수는 13일 5600만원을 넘어섰다. 이 모금함의 지난해 기부 총액은 24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참여자도 200여명에서 55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사회적 기부까지 이어진 소울워커의 분위기는 타 게임으로부터 촉발됐다. 나딕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PC 온라인게임 ‘클로저스’에서 지난달 이용자들의 대거 이탈이 이어졌고 이들은 비슷한 소재와 분위기의 소울워커로 유입됐다.
이용자들의 대대적인 이동 덕분에 서비스 초반 운영 불안정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소울워커는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집계)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고 반대로 클로저스의 순위는 급하락 했다. 12일 기준 두 게임 점유율 순위는 각각 20위, 57위다.
이용자 급증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달 말부터 즉각 소울워커의 서버 증설 작업을 진행했으며 신규 이용자 등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를 연장 운영하고 있다. 반면 클로저스는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두 게임의 운명은 애초에 사회적 갈등 문제가 원인이었다.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원화가)가 성별 등 특정 계층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옹호하는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자, 이용자들은 이에 반감을 느꼈고 만족스러운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 클로저스보다 즉각 해당 원화를 배제한 소울워커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클로저스의 악재와 소울워커의 반사이익은 이용자들의 집단적 행위의 결과다. ‘기부 릴레이’라는 현상이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역설이나 게임사 측의 대응에 대한 가치판단은 접어두더라도, 소매넣기와 같은 이용 문화가 게임 자체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전통적으로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온라인게임에 강점을 보여 왔다. 또 이 같은 멀티플레이어 온라인게임은 최근 전체 게임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용자들의 ‘문화’가 게임의 수명과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이용 문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핵, 매크로 등 게임 외 불법적 비인가 프로그램으로 게임성을 해치거나 지나친 욕설, 비방 등으로 다른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온라인게임 최상위권 흥행작들도 이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수년 전 한 차례 몸살을 앓은 이후 불량 이용 감지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대응하고 있으며, ‘오버워치’는 핵과 지나친 욕설 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30%대 PC방 점유율이 2년여 만에 약 8%까지 떨어졌다. ‘배틀그라운드’도 비슷한 이유로 스팀에서 카카오 버전으로 넘어가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게임 이용자들의 분위기와 행태는 게임 콘텐츠 자체부터 이용자층의 성향, 서비스 운영 방식까지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변수가 많지만 게임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어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이야기를 최대한 듣는다는 공감대만 형성돼도 이용자들이 애정을 많이 쏟는다”며 “(이용자들이) 좋은 문화를 게임 내에 만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데 감사하고 앞으로도 정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소울워커 사례처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노력이 게임사에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용자들도 좋아하는 게임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면 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