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6조, 2025년 44조원. 현대모비스의 목표 매출이다. 2025년 매출 목표 44조원 중 11조원(25%)은 자율주행·커넥티비티카와 같은 미래車 사업부문에서 7조원(16%)은 제동·조향·전장 등 차세대 핵심부품 부문에서 달성키로 했다. 나머지 26조원의 매출은 해외법인 등 투자사업 부문이 달성할 예정이다.
목표 달성의 중심에는 바로 지난해 6월 완공한 충남 서산의 주행시험장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서산주행시험장은 자율주행과 직접 관련된 시험을 하는 첨단시험로와 레이더시험로를 비롯한 14개의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총 면적 112만m²(약 34만평, 여의도의 절반 크기)에 달하는 서산주행시험장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의 시험장 중 최고 수준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심지어 주행시험장 입구 도로의 이름도 '모비스로'였다.
지난 16일 서울에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충남 서산에는 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비가 내리면 현재 라이더 기술로는 시연이 불가능 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첨단시험로로 이동했다. 이 곳에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M.BILLY(엠빌리)의 실차 평가가 한창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환경을 구축해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가 매일 진행되고 있다.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자 실제 도로와 같은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직원의 무전으로 엠빌리의 시연이 시작됐다. 출발 지점에서 서서히 움직인 차는 스스로 우회전을 하더니 곧장 사거리 교차로로 진입했다.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해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섰다. 운전석 창문이 열리자 운전자는 두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신호가 떨어지자 엠빌리가 스스로 운행했다. 이후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옆으로 돌아 나갔으며 앞차의 난폭 운전에도 스스로 대처가 가능했다.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좋다"며 "이로 인해 많은 데이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서산주행시험장에는 자율주행 시험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동·조향·전장 등의 시험도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 3단계를 경험한 후 터널시험로로 이동했다. 터널시험로는 폭 30m, 길이 250m 규모로 세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시험로 안에 들어가자 사방이 컴컴했다. 연구원의 안내와 함께 벨로스터의 상향등을 켜자 가장 멀리 있는 구조물까지 불빛이 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헤드램프가 먼 거리까지 밝게 비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 안쪽으로 이동했다. 지능형 하이빔 시스템 연구가 한창이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어두컴컴한 시골길 상향등을 켠 채 주행 하다가 마주오는 차량이 보이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차량 부위는 하향등으로 바꿔준다"며 "차량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그대로 상향등을 유지하며 달린다"고 밝혔다.
실제 구슬모양의 여러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듯 켜졌다 꺼졌다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켰다. 이 기술은 올해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부분변경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112만㎡(34만평) 부지에 쭉 뻗은 아스팔트 시험로에서는 제동, 조향 등의 연구가 한창이었다. 준비되어 있는 신형 싼타페에 탑승했다. 시속 80km로 콘 7개를 지그재그로 통과했다. 몸이 휘청거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에도 이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콘을 통과했다
차는 그대로 돌아서 이번엔 급차선 변경 코스로 들어섰다. 일명 엘크(ELK) 테스트다. 엘크 테스트는 급격한 차선 변경 상황시 차가 미끄러지거나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조향 안정성을 유지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잔 “현재는 시속 60km 정도로 급차선 변경을 시도했는데 해외에서는 엘크 테스트를 몇km 속도에 통과하느냐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범용시험로를 빠져 나온 차량은 ‘저마찰로’로 들어섰다. 범용로에서 조향 안정성을 테스트했다면 이번엔 제동 능력이다. 노면은 세라믹 타일이고 노면 양쪽에서 장치를 이용해 물을 뿌려 주고 있다. 물을 뿌려 매우 미끄러운 타일 위에 자동차가 달리면서 제동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약 50km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차가 조금 미끄러지면서도 진행 자세 그대로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회사 관계자는 “특수 노면에서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제동 장치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로 중에는 모형로도 인상적이다. 기자를 태운 차량의 왼쪽 바퀴는 트위스트로, 오른쪽 바퀴는 물결 모양의 장파형로를 걸친 상태에서 지나갔는데 마치 흔들의자에 앉은 듯 차량이 출렁거렸다. 유럽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지안로(울퉁불퉁한 마차도로)를 통과할 땐 차량 진동이 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모형로는 이 같은 특이한 길을 차량이 통과하면서 차량이 받는 충격, 좌우 밸런스,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미래 운명이 결정된다. 그 와는 별개로 서산주행시험장은 향후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였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