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987년생 ‘헌’법, 올해도 그대로?

[친절한 쿡기자] 1987년생 ‘헌’법, 올해도 그대로?

1987년생 ‘헌’법, 올해도 그대로?

기사승인 2018-05-25 06:00:00

‘호헌철폐, 독재타도’

지난 1987년 6월,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국민의 외침은 개헌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3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강산이 3번이나 변했지만 헌법은 그대로입니다. 지금의 헌법은 ‘헌 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87년 헌법’ 개정을 시도해왔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개헌 논의는 계속됐지만, 매번 여·야 대립으로 무산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전부터 개헌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난 3월26일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며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개헌안에는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한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국민소환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정보기본권’ 등 시대상에 부합하는 조항을 담았습니다.

개헌안 처리 기한인 24일, 국회는 대통령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의결절차에 돌입했지만 야당 의원들 다수가 불참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촉구하며, 본회의 불참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 개헌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드루킹 특별검사’ 도입 여부 등으로 국회가 파행하면서 무산됐습니다.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되고, 대통령 개헌안이 폐기되면서 개헌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기상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다면 연내 개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개헌 국민투표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50% 이상의 투표율이 필요한데, 지방선거 같은 ‘이벤트’를 동반하지 않고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2020년까지 개헌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헌 관련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62.1%의 국민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개헌 이유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지방 분권’과 ‘국민주권 강화’가 꼽힙니다. 지도층의 권력 남용,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이 만든 결과죠. 이러한 이유로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당파 싸움으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도 못한 상태입니다.

31년 만의 개헌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다시 멀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은 지금 상황에 적합한 헌법을 바라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무거운 자리인 만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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