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 회장은 30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정식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글로 써 와 "박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을 뇌물로 주고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월드 면세점을 받았다는 건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저는 롯데그룹 내에 있었던 경영권 분쟁 문제로 여러 소란과 물의를 일으킨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롯데와 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사과하고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만난 상황에서 '롯데월드면세점을 도와주십시오'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떻게 봐도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이 모두 아주 깨끗하고 고결한 사람으로 생각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분에게 청탁한다는 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를 육성한다고 해서 재단에 지원금 낸 것을 가지고 이렇게 비난을 받고 법정 구속까지 돼 있으니 무척 당혹스럽다"며 "부디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오갔고 그 대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롯데그룹은 항소심에 비상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법원의 부름에 성심성의껏 답하면서도 검찰과 입장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으로도 신 회장의 변호인 측은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 청탁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은 면세점 사업권이 뇌물을 주면서까지 청탁할 만한 그룹 현안이 아니었으며 시기적으로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면세점 사업권 재취득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넸다가 다시 돌려받은 70억원에 대해서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실시한 것임을 주장할 예정이다. 또 삼성그룹 등 다른 기업과 달리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본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전에 이미 신규 면세점 특허 추가에 대한 방향이 결정되었음을 부각할 계획이다. 면세사업 선정기준을 수시로 바꾸며 비난을 받았던 관세청이 비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자 추가 선정을 한 것이지 롯데의 청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의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국정농단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난 것은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롯데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특허 재취득에 대해 청탁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