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합병법인 출범…업계 파장부터 후계구도까지 쟁점은?

CJ ENM 합병법인 출범…업계 파장부터 후계구도까지 쟁점은?

일찍이 없던 미디어 커머스 종합회사…이경후 상무 참여로 후계구도에도 영향

기사승인 2018-07-03 05:00:00

자산규모 6조5000억원, 시가총액 5조 규모의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이 1일로 완료됐다. CJ오쇼핑과 CJ E&M이 1:0.41 비율로 합병해 탄생되는 합병법인 CJ ENM이 지난 5월 29일 임시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1일자로 공식 출범한 것이다. 

오는 17일에는 지난 28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CJ E&M의 주식이 교체 교부되고 18일부터 거래가 가능해지며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다. 기존에는 지주회사인 CJ(주)가 CJ오쇼핑과 CJ E&M에 각각 41.9%, 39.4%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CJ ENM 합병법인에 40.08%의 지분을 갖게 된다. 

CJ그룹은 글로벌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합병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 계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면서 후계구도 측면에서도 CJ ENM은 주목받는 계열사가 될 예정이다. 홈쇼핑업계는 CJ오쇼핑의 변신에 벌써부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 CJ오쇼핑 상품기획, CJ E&M 콘텐츠 역량 시너지 기대 

앞으로 CJ오쇼핑의 상품 기획 역량과 CJ E&M의 콘텐츠 역량이 더해지면 기존 사업도 경쟁력이 강화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더 나아가 디즈니와 타임워너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합병법인은 올해 6조500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3500억원을 제시했다. 3년 뒤인 2021년에는 매출규모가 75% 성장해 매출 11조4000억원 규모의 외형을 갖춘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다. 양사의 합병을 통한 융복합 신사업을 통한 매출은 2021년까지 연 1조4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합병법인은 꽃보다할배나 윤식당, 프로듀스101 등 대표 '콘텐츠 저작권(IP)' 경쟁력 강화, 마케팅 솔루션을 강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확대, 쇼핑몰 확대로 인한 콘텐츠 기반 버티컬 유통 플랫폼 등을 내세웠다. 

다만 합병이 전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주주들 가운데서도 합병법인이 가질 시너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추상적인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홈쇼핑 및 미디어커머스 사업과 tvN, M.net등 TV사업을 외형적으로 합치는 것 자체에 큰 이득이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TV 및 미디어 사업이 합쳐지면서 실제로 '윤식당2'나 '신혼일기' 등에 CJ오쇼핑의 브랜드인 오덴세가 PPL로 노출된 사례를 들어 향후 시너지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늘어났다. 앞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사업에 CJ오쇼핑의 자체 브랜드를 다양한 채널에서 노출되며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고 진출도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CJ오쇼핑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고 있고, CJ E&M은 베트남과 태국, 터키 등에 사업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IP를 이용한 커머스를 제공하거나 콘텐츠 합작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3세 후계구도에도 영향 주나…올리브네트웍스 출신 대표들도 약진 

이런 와중에 CJ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가 CJ ENM의 브랜드전략 상무로 오면서 CJ ENM이 후계구도 재편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장남 이선호 씨가 지주사와 식품 계열사를, 장녀 경후씨가 미디어와 글로벌 유통사업을 맡는 것으로 역할이 나뉘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선호 씨는 현재 CJ제일제당에서 마케팅사업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이재현 회장이 기업의 소유권을 갖고, 방송 등 미디어 부문 경영을 이미경 부회장이 담당하는 지금의 지배구조와 닮아 이목을 끌고 있다.

이경후 상무는 2011년 CJ(주)에서 사업팀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 개발, 방송 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다만 CJ 그룹 측은 경영 수업일 뿐 구체적인 승계 작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CJ ENM 합병법인의 신임 대표는 2016년 5월부터 현 CJ오쇼핑 대표이사인 허민회 부사장이 맡는다. 허민회 부사장은 대표이사와 E&M부문 대표를 맡게 된다. 허민회 부사장은 CJ푸드빌 대표와 CJ그룹 지주사인 CJ(주)의 경영총괄,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를 거쳐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로 근무하는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합병법인 CJ ENM은 E&M부문과 오쇼핑 부문으로 나뉘어 맡게 되는데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는 CJ오쇼핑 부문 대표이사를 맡는다. 독특하게도 허민회, 허민호 두 대표 모두 CJ올리브네트웍스를 거쳐 CJ ENM 합병법인의 대표를 맡게 되는 점이 공통점이다.

새로 출범하는 CJ ENM의 대표를 올리브네트웍스를 거쳐온 대표들이 맡게 된 것은 이경후 상무의 후계구도를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아 차후 후계구도에서 면밀히 주목받는 계열사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주식회사 CJ가 55.01%를 갖고 있고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이 17.97%,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14.83%,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가 6.91%의 지분을 갖고 있어 오너 지분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현재 CJ ENM 합병법인은 오너 지분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경후 상무의 지분이 약간 더 올라갔다. 이경후 상무의 경우 CJ오쇼핑에는 지분이 없었고, CJ E&M에는 0.27%의 지분이 있었으며 합병법인에는 0.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이선호 씨는 CJ오쇼핑에 지분이 없었고, CJ E&M에는 0.68%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합병법인에는 0.11%의 지분을 가진다. 이재현 회장도 CJ오쇼핑에 0.33%, CJ E&M에 2.38%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합병법인에는 1.82%의 지분을 갖게 되어 지분율이 줄어들게 된다.

만약 CJ ENM 합병법인이 출범한 이후 곧 CJ 올리브네트웍스가 상장하고, 지주회사인 CJ(주)나 CJ ENM과 분할 합병하는 모습을 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홈쇼핑업계, 합병법인 시너지 경계 

홈쇼핑업계는 홈쇼핑 업체로서 합병법인의 한 단계 도약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 차원에서 홈쇼핑사가 주목받는 핵심 계열사가 되며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채널 협상 등에서 큰 투자가 이뤄질 것을 보고 있다. 홈쇼핑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잘 되는 주력 번호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데 CJ ENM은 그룹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CJ오쇼핑이 최근 슈퍼주니어와 자사 콘텐츠인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하는 개그맨 박나래 등 스타를 기용한 홈쇼핑 방송으로 사회적인 관심과 '완판'까지 끌어냈듯이 유명한 스타를 홈쇼핑에 적극 기용하며 상품 판매력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홈쇼핑 관계자는 "앞으로 CJ 계열의 미디어 채널과 함께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홈쇼핑 채널 협상 등에 있어서도 모기업의 전략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셈"이라고 경계했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CJ오쇼핑은 업계에서 영업익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업계에서 가장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며 "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로 껑충 뛰어오르며 다른 홈쇼핑 업계가 갖지 못한 이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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