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본사가 가장 큰 문제인 걸 알죠.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뾰족한 해결책이 있나요? 결국 은퇴자에게 창업은 자기 인건비 따먹기인데 최저임금을 아르바이트생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한 영세 음식점주의 토로다. 흔히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을들의 전쟁'이라고 불린다. 한계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생존의 문제다. 겨우 백만원~이백만원 남짓의 인건비를 할 정도의 수익 중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비용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인건비 싸움. 영세자영업자들의 현실이 이렇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최저임금 인상은 곧 사장 인건비의 감소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음식 및 숙박업의 성장률이 2.8% 내려앉았다. 2005년 1분기 이후 13년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해 16.4%로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최대폭 인상된 후 한계에 몰린 영세업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이번 최저임금은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대에 진입했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이 된 지금 아르바이트생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도 타격은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두 자릿수 인상을 적용한 최저임금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편의점주협회도 내년 1월부터 심야할증과 카드결제 거부 등을 실시하며 최저임금 비판 현수막도 부착할 거라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실제로 편의점주에게는 얼마만큼의 타격이 가는 것일까. 증권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의 월 이익이 약 30만원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악화되어도 이익금의 30%를 떼어가는 본사의 인건비 지출이 늘거나 이익금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 배분 방식이 고정되어 가맹점주의 이익은 줄어도 본사의 이익은 줄어들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영세자영업자들의 수익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가맹 본사와의 가맹수수료율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건물주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월세를 내리는 것이 가장 갈급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수수료율 개선은 당장 되는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건물주 월세의 경우에도 기존 법에서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현재의 벽은 매우 높게 세워져 있고, 최저임금이 당장 오르면 아르바이트생 임금만 변동되는 것이어서 영세 점주들은 정부를 탓하며 한숨만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망할 사업장은 망하는 게 낫다'는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말로는 아무것도 설득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으로 을이 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 같은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이들에게는 생존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가파른 성장이 불러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는 물론 이상적이지만 그 부작용을 실제적으로 고려해 봤는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입장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여유가 필요할 때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