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하이브리드'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의 매장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매장 형태를 융합해 새로운 매장 형태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성장 정체에 들어선 기존점의 한계를 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어 다방면에서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의 결합, 롯데슈퍼는 슈퍼와 H&B 스토어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식료품점과 식당을 결합해 쇼핑과 식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로서란트 형태의 마트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우선 홈플러스는 창고형 매장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합친 '홈플러스 스페셜'을 대구점과 서부산점, 서울 목동점과 동대전점에 선보이고 있다.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를 표방한 이번 홈플러스 스페셜은 1인가구와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의 매대간 간격은 기존보다 22% 넓혀 창고형 할인점의 분위기를 냈다. 상품 종류도 기존 2만2000여개에서 1만7000여개로 줄였다. 상단에는 기존의 마트에서 선보이는 소용량 낱개포장 상품을 진열하고,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을 진열했다.
실제로 27일과 28일 먼저 오픈한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 후 지난 8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3.2% 상승했다. 객단가도 45% 높아져 더 많은 고객이 더 오래 머무르는 효과도 입증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9일부터 H&B스토어 롭스와의 융합 매장인 '롯데슈퍼 with 롭스'를 시흥은행점을 시작으로 새롭게 론칭했다. 장보기형에 최적화된 300평대의 롯데슈퍼 기본 골격에 2030 세대가 많이 찾는 롭스를 들여와 기존 고객층과 함께 젊은 고객층까지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기존 운영하던 슈퍼마켓 상품 6600여개를 5500여개로 대폭 축소하고, 프리미엄급 H&B 상품과 단독 상품 4200여개를 도입해 4050세대 기존 고객과 2030세대를 동시에 공략한다. 스틱형 과일, 밀키트, 즉석조리식품 등도 확대하는 등 젊은 세대용 맞춤형 소포장 상품도 늘린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더 확대된다. 앞으로 롯데슈퍼는 2~3개월의 테스트 운영을 통해 하이브리드 매장의 틀을 완성해 새로운 브랜드 네이밍을 정할 예정이다. 가칭으로는 롯데 샵(LOTTE SHAB#)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한 번 시행하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더 늘려 갈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6년 스타필드 내에 식재료 쇼핑뿐 아니라 음식을 먹어보고 조리할 수도 있는 델리를 합친 PK마켓을 들여온 바 있다. PK마켓은 전체 매장 면적의 40%를 즉석 델리 코너로 구성해 다양한 슈퍼의 먹을거리를 매장 내에서 조리해 즐길 수 있게 한 형태다.
이마트의 PK마켓은 기존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식당의 장점을 더한 체험형 슈퍼마켓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PK마켓의 평균 고객(구매기준)은 비슷한 영업면적을 가진 기존 이마트 점포에 비해 약 1.5배~2배 더 많은 고객이 내점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부터 서초점, 행당역점과 울산점 등을 점포 리뉴얼을 통해 식료품점(그로서리)과 식당(레스토랑)을 합친 그로서란트 매장 형태를 도입했다. 식료품을 매장 내에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해 이마트의 PK마켓과 비슷한 형태다. 실제 그로서란트 매장 도입 이후 서초점의 경우 일평균 방문객도 롯데마트 전점 평균 고객수에 비해 84 늘었다. 행당역점과 울산점 매장의 신선식품 매출도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점의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새로움을 선보이려는 유통업계의 전략이 하이브리드"라며 "서로 다른 업태의 장점을 결합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이 같은 새로운 방식이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