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당사자인 최순실씨의 항소심 선고에서 롯데와의 3자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심에도 눈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가 신 회장의 공판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오후 2시 10분에는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다.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의 최종 구형 의견과 변호인 측의 최종 변론, 각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이뤄진다.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초 열릴 예정이다.
이날 벌어질 2심 사건에서는 앞서 1심에서처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면세점 특허 청탁의 대가로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는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4일 전인 24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 단독면담의 성격과 시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현안의 중요성, 대통령 말씀자료와 롯데 미팅자료 등을 종합하면 어떤 형태로든 면세점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묵시적 청탁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네 준 70억원의 자금 지원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대가 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해 뇌물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순수한 공익 목적의 요구'로 받아들였다는 롯데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월드타워면세점 특허사업자 탈락 과정에 청와대의 면세점 사업자 독과점 규제 지시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구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신 회장 등이 '순수한 공익 목적의 요구'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결심공판에서도 묵시적 청탁과 대가성이 있는 제3자 뇌물공여가 인정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다. 롯데 측에서 설명한 공익 목적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같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신 회장은 앞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연루된 국정농단 1심 사건에서 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만약 2심에서도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가 된다면 지금과 같은 징역형을 피하기 어려울 예정이다.
신 회장 측은 그동안 청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은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는 자리였을 뿐이고, 지원한 것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한 선의라는 점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그러나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신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본부 최고위급 임원을 접촉해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는 재판정이 분리된 만큼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도 증인으로 나와 신 회장에 대한 선처 호소를 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신 회장의 경우 항소심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져 그동안 공판이 10여 차례 이상 진행돼 왔다"며 "주요 증인의 참여와 새로운 증거 자료를 토대로 1심에서보다 충분한 소명과 설명이 이뤄진 만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