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지만 불신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지난 시절의 과오와 완전히 절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에 대한 분명한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다만 3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로 법원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와중에도 김 대법원장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답답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사법농단’ 관련 수사기밀을 빼내고 영장심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무더기 기각되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까지 깊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근 검찰의 법원에 대한 수사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90%에 이른다는 점을 들며 “(사법부가) 수사를 방해한다. 더는 사법농단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법원에 대한 검찰의 파상공세에 법원이 너무 저자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자신들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자 수사를 방해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마치 남의 집 불구경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수사받는 입장이라지만 대응할 부분은 대응해야 한다”면서 “(김 대법원장이) 이렇게 리더십이 없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지금의 위기는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05개 시민단체는 대법원 앞에서 “법원이 이미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법원을 맹비난했다.
김 대법원장이 언급한 ‘적극적 수사협조’ 발언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