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中 알루미늄 공장, 정말 오염시설인가?

광양 中 알루미늄 공장, 정말 오염시설인가?

기사승인 2018-12-12 11:12:14
중국 ‘밍타이알루미늄’ 홈페이지.

중국 밍타이그룹이 광양 세풍산업 단지에 짓기로 한 알루미늄 공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스모그 발생의 주원인인 이 공장 설립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되면서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매일경제 등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공간인 순천·광양맘(순광맘)을 통해 제기된 환경파괴 논란과 관련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공정과정에서 발암물질 발생”VS “ 환경 피해 없어”

우선 반대측 주장을 보면 알루미늄공장의 설비 가운데 '소둔로 공정과정'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소둔로'는 알루미늄의 품질을 높이고, 더 얇은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에 열을 가하는 시설이다.

이에 대해 광양경제자유구역청 등 관련 기관들은 "원료수입단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시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알루미늄산업이 많은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오염물질은 제련이나 정련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세풍산단에 입주하는 공장은 이런 공정없이 제련이 이미 끝난 괴나 슬라브(두꺼운 철판 형태)를 가져다가 그것을 납작하게 만드는 압출 공정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캔 또는 구슬, 알루미늄 잉곳(금속을 녹여 다시 굳힘)을 액화하는 작업이 이뤄지면 악취를 비롯한 환경피해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광양알루미늄은 이 같은 공정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밍타이그룹 한국법인인 광양알루미늄은 해외에서 알루미늄 슬라브와 코일을 수입해 소둔로로 가열해 압연공정을 거쳐 알루미늄 판재(스트립) 10만t, 알루미늄 포일 2만t 등 연간 12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소둔과정에서 고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기와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밍타이그룹의 경우 중국 내에서도 정련, 제련을 하는 공정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발암물질 등이 포함된 오염수 배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압연공정에 사용되는 공업용수의 약 98%를 재사용하고 나머지만 오·폐수 처리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중국 알루미늄공장에서 환경오염원이 배출되는 것은 원석을 제련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광양알루미늄은 환경오염원이 발생하는 제련 및 정련 공정뿐만 아니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도장, 도금작업도 없고, 전기와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 문에 환경오염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체에 해로운 알루미늄" VS "과장된 오해"

반대 측의 또다른 주장은 알루미늄 분진이나 화합물을 흡입하거나 피부에 노출이 되면 각종 신경장애를 일으키고 인체에 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순광맘을 비롯한 지역에서는 이렇게 해로운 공장이 들어오면 어떻 게 숨을 쉬고 살겠냐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광양경제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루미늄 업계 1위인 동일알루미늄과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압연 제품 생산기업인 노벨리스 사례를 먼저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광양경제청이 동일알루미늄 공장이 있는 김해시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2009년 공장 설립 이후 악취, 대기 오염 등의 민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노벨리스코리아, 조일알라미늄 등 스트립(알루미늄 판재)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도 민원발생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도 자본인 노벨리스코리아는 연간 70만t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똑같은 공정인데 이들 공장은 문제가 없고 유독 세풍산단에 입주하는 알루미늄 공장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이 논리대로라면 광양 제철소·현대제철 문닫아야”

철강공정 전문가인 포스코 고위 관계자도 “이 논란의 핵심은 알루미늄 이 유해물질이냐는 문제에서부터 출 발해야 한다”며 “누구나 알다시피 밥솥, 자동차 등 우리 실생활에 알루미 늄은 너무나 많이 쓰이고 있는데 만약 그런 문제가 있다면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광양경제청이 밝힌 공정이 사 실이라면 환경문제를 논할 가치조차 없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시키면 인근 현대제철, 광양제철소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꺼림직한 부분은 공장부지 면적이 작아서 아예 환경영향평가대상이 아니라 점이다. 사람과 자연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큰 사업인데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 으로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규제의 사각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법은 15만㎡ 이상의 산업단지나 공장을 조성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 고 있다. 환경은 관리의 문제인데 중국 기 업이 국내 환경기준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도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김갑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알루미늄 공장이 환경적으로 심각하다면 이는 광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전체 알루미늄 공장의 문제”라며 “법적으로 제련 설비 등 사업계획서와 다른 시설을 절대 증축할 수 없고, 결단코 주민이 우려하는 환경오염은 없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 란다”고 말했다.

이어 “비철금속협회 를 중심으로 광양알루미늄 공장이 들어오면 동종업계가 피해를 입는다는 등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데 우리지역에서는 광양만권의 발전을 먼 저 생각해야 한다”며 “광양항 물동량 증가, 후방산업 낙수효과 등 다른 부 분을 다 빼고 직접 고용인원 300명, 연봉 4000만원으로 단순계산해도 120억원이 우리지역에 뿌려지는 등 지 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고 덧붙였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 확산에 따른 오해...내수 잠식 우려하는 국내 업계 반발도 한몫

결국 검증되지 않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면서 오해로 이어져 주민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키운 건 광양경제청의 소통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광양경제청 등 관련기관은 유치과정에서 지역사회에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진행하고 결정했다. 그것으로 인해 주민들은 국민청원 등 불명확하고 일방적인 정보를 접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 알루미늄 업체 진출에 따른 내수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국내 알루미늄업계의 반발도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비철금속협회는 최근 "중국 밍타이알루미늄이 광양 세풍산업단지에 알루미늄 생산공장을 건설하려고 한다"며 "향후 2~3년 내에 국내 알루미늄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를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철금속협회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거대 중국기업과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돼 국내 기업이 기존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밍타이가 광양 공장을 가동하면 중국 정부 보조금과 국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으로 국내 업체보다 약 20% 원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철금속협회는 또 밍타이알루미늄이 한국을 미중 무역전쟁을 피하는 우회 수출기지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중국 알루미늄 업체에 고율의 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밍타이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한 다음 원산지를 한국으로 표기해 수출할 경우 미국과 통상 마찰 가능성이 커 국가 전체에 대한 수출 쿼터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형주 기자 jediru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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