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 조금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TV쇼로, 그것도 KBS1 채널에서 뭉쳤다. 두 사람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3일 오후 2시 서울 영중로 타임스퀘어 아모리스 홀에서 열린 KBS1 버라이어티 쇼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작발표회에선 두 번의 녹화를 마친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가 공개됐다.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듯 각자의 강연을 열고 함께 춤까지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개념 쇼라는 건 확실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용옥과 유아인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용옥은 자신이 유아인을 섭외해 ‘도올아인 오방간다’가 탄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 ‘버닝’에 대한 관심이 유아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창동 감독을 통해 그를 직접 만났다. “참 특이한 인물”이라고 느꼈던 인상이 남았던 영향이 프로그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용옥은 “어느 날 KBS에서 강연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칠판 놓고 강연하는 방식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며 “유아인과 해보면 이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전화로 말할 수는 없어서 집에 모셔놓고 ‘안 나오면 죽는다’고 협박을 했다. 간신히 설득해서 이 프로그램을 함께하게 됐다”고 섭외 계기를 밝혔다.
유아인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고민의 과정 속에서 도올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됐고 선생님이 특별한 제안을 주셨다.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게 큰 사랑을 보내주신 대중들에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역할, 함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밟아보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에는 유아인의 영향력이 곳곳에 담겼다. 프로그램의 제목부터 형식, 포스터 디자인과 무대 미술까지 유아인과 그의 아티스트 팀이 함께 했다. 도올 김용옥은 그 과정에서 유아인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김용옥은 “유아인이의 반론은 아주 간단한 것”이라며 “선생님이 대단한 지식을 갖고 계시고 말씀하시는 바는 정의롭고 좋은데 젊은 애들은 그런 것에 관심 없다고 하더라. 젊은 애들이 세상 주인인데 직접 소통을 하셔야 한다고, 선생님 스타일로만 얘기하면 결국 알아듣는 사람만 알아듣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진짜 고민스러운 문제”라며 “아인이라는 존재 자체를 내가 깊게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허심탄회하게 나를 비우고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지금까지 강연 프로그램이 일방적인 이야기를 전달했던 것과 달리,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다한다. 유아인은 “관객 분들 사이로 제가 뛰어 들어간다”라며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시간이다. 거기서 더 나은 순간을 도출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편향된 의견이나 개인적인 의견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도록 소통하는 순간을 담는 쇼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프로그램 형식을 설명했다.
김용옥도 “처음엔 회의적인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우리 프로그램에 오는 300명은 정말 유래를 볼 수 없이 훌륭한 관객이다. 질문도 날카롭고 멋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용옥은 “이 프로그램이 새로운 것임엔 틀림없다”라며 “형식적으로도 새롭고 사람이 만난다는 것 자체도 독특하다. 나도 나이를 먹어 가는데 유아인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영광이다”라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출연해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오는 5일 오후 8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