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법개편안·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26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안건 조율에 나섰다. 양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운영·임명방식 등 세부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며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바른미래당은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며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제시안은 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며 바른미래당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패스트트랙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바른미래당 “공수처, ‘제2의 권력기관’ 돼선 안 돼”=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공수처 도입이 검찰개혁은 커녕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을 더욱 강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주장했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을 두고도 민주당안과 차이를 보였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기존 검찰기관과 같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질 경우 ‘제2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줘 공수처의 수사권을 강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공수처장 임명방식에 대해서는 7명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되 여당이 1명, 야당 교섭단체가 3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3명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변호사협회 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했다. 또 추천위원의 5분의 3, 즉 7명중 5명의 동의하에 공수처장 추천하도록 했다.
◇ 민주당 “공수처 본질은 검찰 견제…미래당 안은 여당 역차별”=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법개혁특별위 간사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6일 민주·바른미래당 원내대표·사개특위 간사 회동 직후 “기소권·수사권 분리 등 바른미래당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당의 입장에 변함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본 목적이 검찰 견제인 만큼 검찰과 같은 권력을 줘 상호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임명방식에 대해서도 ‘여당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기존의 당론을 고수했다. 추천위원 5분의3 이상의 동의를 받는 일이 쉽지 않을 뿐더러 국회 추천 위원 4명 중 야당이 3명을 임명하게 되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명방식의 경우 민주당은 추천위원 7명 중 3명의 당연직 참여는 바른미래당 안처럼 하되, 남은 4명의 경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가 임명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공수처장 추천 방식 또한 추천위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최종 1명을 선정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는 식이다.
◇ “양당 이견 차, 패스트트랙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제시한 안은 공수처 신설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며 민주당이 해당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면서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를 만들자면서 수사권은 주되 기소권을 주지 말자는 건 과거의 안기부를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4·3 재보선까지는 패스트트랙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면서 “재보선 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다 해도 자동 상정까지는 330일이 걸리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기소권을 주지 않는 공수처는 의미가 없다”면서 “바른미래당이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해당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양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이 깨질 수 있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자체를 깰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