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든 모바일이든 결국은 게이머들에게 멋진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는 게이머들이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20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한국을 방문한 J. 알렌 브랙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만났다. 24년 동안 게임 산업에 몸담은 그는 2006년 블리자드에 입사하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책임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리고 마이크 모하임에 뒤를 이어 2018년 10월 블리자드의 사장을 역임하게 됐다.
그는 “3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 때 마다 늘 새롭다. 특히 GSL vs 더 월드, 하스스톤 마스터즈를 참관해 e스포츠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고 한국의 PC방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좋다”며 “나는 평생 게이머로 살아왔고 25년째 게임 개발에 몸을 담갔다. 블리자드는 게이머와 커뮤니티를 중심에 두고 운영하는 회사다. 마이크 모하임의 뒤를 이어 블리자드를 책임지게 돼 영광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블리자드는 늘 게이머와 게임플레이를 가장 중요시 하는 철학을 내세웠다. 이 철학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고 변화를 시도할 때도 이것을 항상 염두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플레이어와 커뮤니티를 가장 우선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리더를 맡게 되면서 어떠한 게임을 만들지에 대한 방향, 개발에 대한 투자, 개발자 인력 충원 등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회들이 있고 게임 콘텐츠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갈 것이다“라며 약속했다.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임모탈’의 발표 이후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들에 항상 애착을 가지고 있다. 디아블로 같은 경우 20년이 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년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임모탈’을 발표한 이후 받은 피드백은 굉장히 복합적이었다. 아무래도 디아블로를 모바일로 출시해서 블리자드가 앞으로 모바일 게임에 매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블리자드는 PC 게임 개발사다. 앞으로도 PC 게임을 우선으로 개발할 것이고 주력할 것이다. 모바일은 PC 앞에서 게임을 할 수 없을 때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디아블로를 모바일로 만들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블리즈컨에서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지난 블리즈컨에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발표하고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블리자드는 모든 게임이 최상의 상태로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준비가 완벽하게 됐다고 확신이 들 때 출시일을 발표한다. 아직까지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나 디아블로 임모탈의 출시일을 발표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블리자드가 개발 인력을 20%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게임 프랜차이즈 마다 기회는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많다. 하지만 새로운 창작물을 개발 할 때 목록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실행은 항상 어렵다. 아이디어도 많지만 그것을 가시화하기 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플랫폼, 게임 등 더욱 확장하고 개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공동 개발에 관해서는 “사실 새로운 것은 없다. 늘 외주사와 협력을 했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게임 아이디어에 대해 협의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 출시된 게임도 있었고 출시하지 못한 게임도 있었다. 넷이즈와는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개발사들도 PC 게임에 대한 고민이 많다. PC 게임이 직면한 문제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게임의 도전은 플랫폼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란 결국 게이머들에게 더 좋은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잘 만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PC방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에 올 때마다 늘 방문한다. PC방은 한국 게임 문화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PC방을 갈 때마다 늘 좋은 시간을 보낸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랜파티’라고 하는데 이를 언제든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방한 일정으로 한국의 e스포츠 현장을 직접 방문했는데 “친구들과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그것을 공공장소에서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e스포츠 현장에서 느낀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보지 않고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 열기와 에너지를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나는 늘 e스포츠의 팬이다. 이번 하스스톤 대회도 반전이 있는 승리여서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e스포츠는 여전히 굉장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많다. e스포츠야 말로 언제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오버위치 리그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e스포츠도 결국은 게임 안에 있는 요소에서 파생돼 나온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 같은 경우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고 글로벌 리그를 위해 따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러 파트너사도 있고 우선은 오버워치 리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오스)’ e스포츠 대회 폐지와 개발 인력이 축소되면서 많은 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게임의 현황을 다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히오스의 팀 사이즈가 적절한가, 다른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등을 생각하며 내린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혹시 선호하는 종족이 있는지 묻자 그는 “호드, 얼라, 저그, 테란, 프로토스 모두 내 자식 같아서 똑같이 사랑한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는 항상 프로토스로 했다”며 웃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에 대해 그는 “굉장히 복잡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 될 것 같다. 블리자드는 관련된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멕시코계 직원의 인종차별로 퇴사한 이슈도 있었고 블리자드가 최근 정칙적 올바름에 대해 불필요한 강조를 하고 있지 않나라는 의견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항상 중요시하는 가치는 ‘나이스 플레이, 페어 플레이’다. 이것은 업무에도 해당된다. 공정한 업무 환경, 괴롭힘, 인종차별, 성차별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내면의 괴짜를 보여줘라“라는 말도 있다. 내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은 게임을 만들 때도 투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블리전컨 이후 주가가 떨어졌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블리자드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게임 회사다. 블리즈컨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어떤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고 시네마틱 인트로를 공개하는 등 게이머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다. 블리즈컨은 주식기장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너무 좋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국 PC방 문화와 e스포츠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멋진 광경들을 볼 수 있었다. 블리자드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게 항상 감사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삼성ㅣ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