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삼성SDI…배터리 영토확장 가속페달 밟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미래먹거리인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Player)로 도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에 건설한 배터리 셀 공장 ‘BEST(北电爱思 特(江苏)科技有限公司)’의 준공식을 열었다.
준공된 공장은 약 5만평(16.8만㎡) 부지에 전극라인 2개, 조립라인 4개, 화성라인 4개의 전기차 연산 약 15만대 분량인 7.5GWh 규모다. 회사는 준공을 통해 서산 배터리공장 4.7GWh를 포함해 전기차 연산 약 25만대에 공급 가능한 약 12.2GWh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서산 2공장 ▲유럽 헝가리 코마롬(Komárom) 배터리 공장 ▲중국 합작사 ‘BEST’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배터리 공장(2022년 양산 예정) 등을 통해 한국과 중국, 유럽, 미국에 이르는 글로벌 4각 배터리 생산체계를 완성 중이다.
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구축한 글로벌 4각 전기차 배터리 생산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생산체계는 수율 정상화와 고정비 절감에 힘입어 지난 2분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LG화학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4각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업체라는 평가된다.
업계 2위인 삼성SDI도 중국 서안에 합작법인 공장, 헝가리 배터리 공장, 울산 공장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배터리 삼각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가 앞다퉈 경쟁력 제고에 나선 배터리 산업은 2025년이면 약 18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5년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다.
◆뉴노멀 시대…수소경제 선도하는 한화·효성
전 세계적으로 수소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수소 관련 미래먹거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사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한화그룹은 미국 수소 트럭 업체인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수소 사업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앞서 2018년 니콜라에 총 1억 달러를 선제 투자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은 니콜라 수소 트럭 사업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니콜라가 최근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7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두 회사는 2018년 11월 약 5000만 달러씩, 총 1억 달러를 선제적으로 투자해 합병법인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투자에 나선 지 1년 6개월만에 보유 지분 가치가 7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는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또한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니콜라는 한화와 CNH 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 수소 공장 설립에 나섰다.
효성은 산업용 가스 전문 세계적 화학기업인 린데 그룹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과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효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내 부지 약 1만여평에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연산 1만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사용 가능 물량)로 단일설비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이를 위해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에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신설 공장에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 수소에 린데의 수소 액화 기술과 설비를 적용해 액화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 액화 기술은 고압의 기체 상태인 수소를 액화시키는 것으로 린데는 최고 수준의 액화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생산된 수소는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쓸 수 있어 연관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양사는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액화 수소 충전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공급을 위해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12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신설 50곳, 액화수소 충전설비 확충 70곳)하는 등 수소 공급을 위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효성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부터 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으며 2008년부터는 수소 충전소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 15곳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빅3’, 스마트십 시대 앞당긴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세계최고의 조선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조선강국’ 왕좌 사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SK해운의 25만톤급 벌크선에 첨단 항해지원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 Hyundai Intelligent NavigationAssistant System)을 탑재했다고 최근 밝혔다.
회사가 카이스트(KAIST)와 공동 개발한 하이나스는 인공지능(AI)이 선박 카메라 분석을 통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해 충돌위험을 판단하고,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특히 야간이나 해무(海霧)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장애물의 위치나 속도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 스마트선박 기술에 충돌 회피를 돕는 하이나스를 추가하며 자율운항선박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게 됐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선박 이‧접안 시 주변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접안지원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Hyundai Intelligence Berthing Assistance System)도 최근 개발을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집약된 미래 선박”이라며 “선제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선박의 자율운항 시대를 앞당기고, 빠르게 성장하는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2위인 삼성중공업은 세계적인 검사·인증 기관인 ‘DNV GL’의 인증을 받은 스마트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5만톤급 셔틀탱커 ‘이글 페트롤리나’(Eagle Petrolina)호를 싱가포르 선사 AET 탱커스에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이 선박에는 삼성중공업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이 탑재됐으며, 셔틀탱커로서는 세계 최초로 세계적 검사·인증 기관인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 GL이 공식 인증한 스마트 선박이다.
이글 페트롤리나호는 에스베슬을 통해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는 운항 경로, 엔진 출력 및 선박 기울기(Trim) 등의 정보를 받는다. 또한, 연료 소비량, CO2 배출량과 같은 운항 정보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환경규제 대응 및 경제 운전과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에 최첨단 스마트십 솔루션을 접목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우조선은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DSMESmart Ship Platform)을 탑재한 2만4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1척을 최근 HMM사에 인도했다.
7척의 초대형컨테이너선 시리즈에 탑재된 이 솔루션은 선주가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메인 엔진, 공조시스템(HVAC), 냉동 컨테이너 등 주요 시스템을 원격으로 진단해 선상 유지‧보수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솔루션에는 최적 운항 경로를 제안해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개방형 사물인터넷(Io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쉽게 연결, 호환할 수 있다.
운항 중인 선박의 각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해킹 등의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 기술도 탑재됐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스마트십을 비롯한 자율운항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8% 성장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550억달러(약 19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두산 “차세대 건설장비 시장 대비한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중대형 건설기계 개발에 착수했다.
수소 지게차 및 중대형 수소굴삭기 개발에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가 함께 참여한다. 올해 3월 체결된 협약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파워팩을 포함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설계와 제작을 진행한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를 적용한 굴삭기 및 지게차의 설계와 제작, 성능평가를 담당해 오는 2023년부터 관련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는 기존의 디젤엔진 기반 장비와 달리,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친환경 장비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또 전지의 용량을 늘리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리튬전지에 비해 대용량화가 용이해 대형 지게차나 굴삭기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세계 140여개국, 540여개 딜러망을 보유한 현대건설기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현대차가 협력하면서 수소 건설기계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시공 측량과 토공량 계산을 1~2일 안에 끝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건설 솔루션인 ‘사이트클라우드’ 상용화에 돌입했다.
사이트클라우드는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세계 최초로 시연에 성공한 건설현장 무인·자동화 종합관제 솔루션 ‘컨셉트-엑스(Concept-X)’의 상용화 첫 단계다.
이로써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장비 제조, 판매를 넘어서 ‘건설현장 관리’까지 사업분야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이트클라우드는 3차원 드론 측량과 토공 물량 계산, 시공 계획 수립 등을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에 접목해 최적의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현장 작업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토공 현장 종합 관리(Earthwork Management) 솔루션이다.
측량과 지형 분석, 장비 운용, 시공 관리 등 각각 분산된 여러 작업을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줄고, 작업 정확도가 높아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토공현장 정보를 3차원으로 디지털화하고 암층 분석까지 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공사와 발주처 등 공사 참여주체 간 협업을 통한 작업 진도 관리가 용이하다.
아울러 가파른 비탈과 절벽 지형에서도 고도화된 드론 측량으로 정확한 작업 물량을 산출할 수 있다.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해 전통적 방식으로 길게는 2주 가량 걸리던 시공 측량과 토공량 계산이 1~2일이면 가능해진다.
사이트클라우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인프라 시설 등 국내외 10여 곳의 건설현장에서 기술 검증을 마쳤다.
수도권의 도심지 재개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지하 암층을 사이트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분석하고 공사량을 계산해내면서 시공사와 발주처가 공사계획 조정을 협의하는 데 큰 효과를 얻었다.
대형 광산 개발을 앞둔 남미 페루의 한 시범 적용 현장에서도 정기적인 드론 측량과 정교한 공사 관리를 제공해 고객사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는 향후 5G 통신 기술과 텔레매틱스 등을 이용해 사이트클라우드의 활용 범위를 대규모 건설장비 운용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국내 시장 출시에 이어, 해외시장 공략도 추진할 계획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후장대 업종에 다가올 ‘뉴노멀 시대’ 빅데이터와 스마트화,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도입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며 “특히 코로나와 함께 다가올 인구절벽으로 인한 비대면‧무인화는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자체적으로 뉴노멀에 대비하는 대기업과 달리 이들 기업의 1차, 2차, 3차 협력사 등과 풀뿌리 기업들은 뉴노멀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기업들에도 디지털 트렌스 포메이션이 꼭 필요하다. 정부와 업계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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