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 증권사들이 변화에 나섰다. 증권업계에도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대면 점포를 줄이고, 비대면 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힘쓰는 분위기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31개 증권사의 영업지점은 지난 6월 말 기준 943개다. 지난해 말 998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사이 지점 55곳(5.51%)이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 2016년 12월 말 기준(1132곳)과 비교하면 약 5년이 안 되어 189곳(16.6%)이 감축됐다. 지점 감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비대면 방식의 투자 상담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지점 접근성은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
기존에도 점포 감축 분위기는 있었다. 온라인 비대면 고객이 늘면서 지점을 찾는 고객이 줄고,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여서다. 이에 지역별로 지점을 통폐합하고, 거점 대형화 점포를 만드는 구조조정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를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강화 분위기가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증권사별로도 지점 감축 및 통폐합 분위기가 뚜렷하다. 미래에셋대우(3곳), 한국투자증권(4곳), NH투자증권(4곳), KB증권(4곳) 등이 지난해 말 대비 지점 수를 줄이고 나섰다. 다른 증권사들도 적게는 1곳에서 많게는 5곳까지 지점을 줄였다.
대전의 한 증권사 영업지점 PB는 "지점을 찾는 고객이 줄면서 기존에 있던 지점이 인근 지점 2곳과 통폐합됐다"며 "요즘은 지점에 근무하면서도 대면 업무보다는 온라인 업무가 많다"고 말했다.
지점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언택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의 영업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거 늘어난 신규 투자자, 일명 '동학개미'들은 2030 젊은 세대가 많다. 젊은 투자자들의 특징은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 등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SNS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PB는 "요즘은 대면 업무보다는 온라인 업무가 많다. 회사에서도 장려하는 분위기라 대부분의 투자 상담을 전화와 채팅으로 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PB들도 유튜브·SNS로 뛰어들었다. 회사 유튜브 채널에 마련한 코너에 출연하면서 투자전략·주식 종목 분석·증권시장 이슈 분석 등 다양한 온라인 업무를 맡는다.
증권사들 중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은 회사는 손에 꼽는다. 그만큼 유튜브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주요 창구가 되어서다. 유튜브 채널이 일종의 온라인 지점 기능도 하는 셈이다.
텔레그램·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를 활용한 투자상담도 활발하다. 메신저 오픈채팅방에 검색하면 현직 증권사 PB들이 오픈채팅방을 서너개씩 개설하고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상담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지점은 계속해서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고객 성향에 맞춰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라며 "증권사 뿐만이 아니라 은행, 보험사도 다 창구를 줄여나가고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권이 대체로 마찬가지. 이 기조에 지금 적응하지 못하는 곳은 도태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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