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 내 도봉숲속마을, 매년 인공새집 달아줘
- 새 생명 인공새집 밖으로 얼굴 내밀어
- 안정된 도봉숲속마을 생태계…소쩍새·붉은배새매 번식 확인
- 인공새집은 관리도 중요, 조류 외 다른 개체 번식 못하게 살펴야
- 숲은 생태 중요성 알려주는 산 교육장
[쿠키뉴스] 곽경근 대기자 =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도시 녹지공간이 줄어들면서 새들도 번식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밀려서 산으로 들어옵니다” 며 “그들이 살던 집을 우리가 빼앗았으니 일부라도 집을 지어주는 게 맞는 일이죠” 북한산국립공원 내 자리한 도봉숲속마을에서 번식이 끝난 인공새집을 청소하던 그린새 서정화 대표는 주장한다.
지난 7월 하순, 소쩍새가 둥지를 떠나기(이소 ·離巢) 전 도봉숲속마을을 방문한 후 한 달이 지난 8월 말일, 다시 찾은 도봉숲속마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도봉숲속마을도 임시 휴원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숲속에 아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서 일까, ‘코로나19’ 해방 구역인 숲 속은 녹색으로 풍성하고 새들의 지저귐이나 날갯짓도 더욱 여유스럽게 느껴졌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산길 도봉산 초입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은 송석교육문화재단에서 청소년시설, 숲속 가족캠프, 숲 예술체험 등을 운영하는 곳으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도봉숲속마을의 숲에는 참나무과(굴참나무, 신갈나무), 팥배나무, 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오리나무 등이 주로 서식하고 있다.
이 곳 숲의 면적은 약 45, 798m²로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이다.
비오톱이란 특정한 식물, 동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춘 곳으로 다른 땅들과의 확연히 구분되는 생물의 서식지를 말한다. 비오톱 1등급지에 대해서는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봉숲속마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2018년부터 도봉숲속마을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다양한 숲 프로그램과 함께 도봉숲속마을 내의 조류 생태를 조사하고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도봉산새학교를 운영 중이다.
도봉산새학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8· 이하 서 대표) 대표는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 인공새집(nest box·人工巢箱) 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2월 도봉숲속마을 뒤편 숲에 알기 쉽게 넘버링한 3cm, 6cm, 9cm 등 3종류 크기의 30개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틀리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 곤줄박이, 흰눈썹황금새 등이 번식하고 6cm과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새들이 번식한다.
서 대표는 “일반인들은 숲 속에 들어가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지만 사람들에게도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 대표는 “특히 도봉산새학교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산교육장이다. 야생조류들이 인공새집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필드스코프를 통해 확대해 보여주면 새들을 대하는 자세가 틀려진다. 책으로만 통해 접하던 생태를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새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제작한 상자모양의 인공새집은 1875년 독일에서 고안하여 새들의 번식을 도와주고 산림해충방제에도 효과를 얻자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야생조류센터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인공새집을 달기 시작해 미사리경정공원, 남산공원, 하남 나무고아원, 서울식물원,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등 수도권 수십 곳에 지금까지 500여개의 인공새집을 달아주었다.
서 대표는 “특히 인공새집을 즐겨 찾는 박새는 보통 5~12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면서 “박새 한 마리당 약 10만 마리의 벌레를 잡어 먹어 숲을 해충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새집은 자연적인 먹이사슬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작은 새들이 많은 곳에 이들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인공새집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관리가 쉬운 곳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약간 경사지게 달아주어야 한다. 특히 청설모나 뱀 등 다른 동물의 침입이 어려운 곳에 설치해야하고 새들의 번식이 끝나면 습기가 차지 않고 다음 해 번식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해 주어야한다.
국립생태보존지역인 도봉숲속마을의 녹색공간은 6cm 구멍의 인공새집에서 번식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 외에도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2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3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꾀꼬리, 희귀 조류인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 다양한 종의 야생조류가 살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안락한 새들의 보금자리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서정화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대표/ 취재지원=왕고섶 사진가‧도봉숲속마을